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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Apr 28. 2022

편해지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책]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 김수현 작가님의 에세이다.

골치 아픈 문제들을 편하고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했을법한 생각들을 조리 있고 재치 있게 잘 적어낸 책인 것 같다. 


이런 부류의 책을 즐겨 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아주 술술 재미있게 잘 읽혔다.

이 책을 보고 나누고 싶은 문장과 기억하고 싶은 구절들을 적어볼까 한다.

사실 내가 한 번씩 꺼내보기 위해 기록하는 게 조금 더 솔직한 마음이지만.

그럼 시작!


나는 ‘인생은 어차피 혼자야’라는 말을 싫어한다.
너무 냉소적이고 방어적인 표현이라 그렇다.
그래서 ‘인생은 어차피 혼자야’라는 말에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내고 싶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혼자가 아닐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건, 누구나 어느 순간엔 혼자가 된다는 사실이었다.
옆에 누군가가 있건 없건 잠자리에 눕는 순간, 길을 걷는 순간, 밥을 먹는 순간 우리는 언제나 혼자인 순간과 마주하고,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관계로는 채워지지 않는 근원적 고독이 있는 것이다.
혼자의 영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인 관계를 꿈꾸기도 하고, 인생은 결국 혼자고, 인맥보단 치맥이라며 관계를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방을 아무리 먹어도 단백질이 채워지지 않는 것처럼 근원적 고독으로 인한 허기와 결핍은 타인과의 관계로 채워질 수 없고, 고독으로부터 도망친다 해도 언젠가는 맞닥뜨리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가 할 일은 관계를 통해 기쁨을 찾으면서도, 혼자의 영역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며 혼자를 채우는 법을 알아가야 한다.
어차피 혼자라며 쓸쓸해하지도, 나만의 외로움일 거라 착각하지도 말자.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도, 각자의 고독을 이겨내고 있다.


모두가 공평하게 각자의 고독을 감당하고 있다는 문장이 좋았다.

관계로 채워질 수 없는 거라는 단언도 좋았다.

-

관계가 영원하지 않음에 너무 오래 서글퍼하거나 너무 미리 겁낼 필요는 없다.
계절 내내 나무는 모습을 달리하지만, 늘 그 나무인 것처럼, 강물은 늘 흐르지만, 강은 여전히 강인 것처럼,
누군가는 떠날 것이고, 누군가는 올 것이며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다.


누군가는 떠나고 또 누군가는 오겠지만,

새로 온 누군가가 절대 떠난 누군가를 대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류의 영원하지 않음이 두려워서라도 개인적으로 유한한 세상에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다.

-

삶에 필요한 인간관계의 양은 사람마다 다른데, 심리학자인 윌리엄 슈츠의 3차원 대인관계 이론에 따르면
소속감이나 친밀감에 대한 욕구에는 사람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다수의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사람도, 소수의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조건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가 가진 욕구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관계의 양을 찾아가는 일이다.
만족스러운 관계의 열쇠는 관계의 양이 아닌 질에 있고 친구의 숫자가 인성을 확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아니며 사람들의 평가 때문에 관계의 맥시멀 리스트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니, 관계의 결과에 주눅 들지 말자. 나 자신보다 중요한 관계란 없다.
+관계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자기 자신은 삶을 존재하게 한다.


양보다 질이라는 말은 관계에 적용될 때 가장 정답이 된다고 생각한다.

소화할 수 있는 관계의 양이 점점 적어진다.

어쩌면 체력이 약해진 건지도 모르겠다.

-

희생은 착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공감되는 말이다.

강해야 희생할 수 있다.

가진 게 충분해야 희생이라는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

경계를 긋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다.
최소한의 경계도 없는 관계는 되레 분노와 원망, 자기 연민을 만들고, 과잉된 책임감이 상대를 의존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나를 돌볼 수 있을 때 타인의 삶도 도울 수 있는데 실제로 연구에서는 자신의 에너지를 잘 유지하는 사람이 타인과 세상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타인을 위해서도 나를 돌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혼자 모든 책임을 지려 하지 말자.
자신이 들일 수 있는 에너지와 자원을 관계의 밀도, 상황에 따라 일 인분의 책임감으로 배분해야 하고, 상대 역시 힘이 든다면 자신이 기댈 수 있는 대상을 늘려야 한다.
다른 이를 돌볼 책임은 느끼면서도 나 자신을 돌보는 것에는 인색해진다면 그건 자신에 대한 무책임일 뿐.
내가 지치지 않아야 나를 지킬 수 있고, 그래야 나도, 관계도 건강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힘이 되고 싶다면 첫 번째 조건은, 당신의 삶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경계를 정해 놓지 않으면 사람들은 당신의 욕구를 무시하게 된다. - 오프라 윈프리


사랑하는 사람에게 힘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은 내 삶이 무너지지 않는 거라는 말에 공감했다.

무너진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큰 기력을 요구하는지 모르지 않아서 더 공감했다.

-

나는 항상 깨끗하게 청소된 집에서, 말끔히 세탁된 옷을 입었으며, 밥솥엔 항상 밥이 있었다.
내게는 늘 당연했던 그 일상에는 엄마의 수고가 있었다는 것을 한참 지나서야 알았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늘 이런 식이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지루하고도 고된 일이지만, 겉으로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기에 쉽게 간과된다.
하지만 그 노력을 중단하는 순간, 물때가 생기고, 더러운 옷이 쌓이고, 바닥엔 발을 디딜 곳이 사라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삶의 공간은 금세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산다는 것 역시 집안일을 하는 것과 같아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일상을 돌봐야 한다.
어떤 이는 피곤한 아침을 견디며 출근했고, 어떤 이는 고단한 하루를 버텨냈으며, 어떤 이는 가족을 돌봤고, 아이에게 삶을 주었다.
만약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고 말한다면 그건 ‘살아내는 걸’ 너무 우습게 여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살아간다는 건 파도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넘어지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노력과 힘이 필요하다.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않았을지라도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힘겨웠던 순간들과 버거웠던 감정들은 이미 온 힘을 다해 삶을 지켜낸 증거다.
그래서 나는 수고했다는 그 평범한 인사가 그렇게도 좋았다.
주저앉지 않기 위해 애써온 당신에게 내가 담을 수 있는 모든 무게를 담아, 한 번쯤,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지나온 모든 순간은 그대의 최선이자 성취다.
사느라 너무나도 애썼다.
그리고 잘 버텼다.
정말, 수고했다.


몇 해 전 자취를 시작해보니 집안일이라는 게 얼마나 보통이 아닌지 알게 되었다.

적어도 내게는 집안일보다는 바깥일이, 그러니까 회사일이 쉬웠다.

운전면허시험을 앞둔 때 택시기사님들이 새삼 대단해 보였던 것처럼, 자취를 해보니 이 세상 모든 집안일을 소화하시는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집안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그 사람에게 3달 정도의 자취를 권해보고 싶다.

경험했던 타인의 수고가 얼마나 엄청난 것이었는지 3 달이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테니.

-

사람들은 종종 착하게 살면 손해 볼 거라 걱정하지만, 베푸는 행위 자체는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지 않는다.
착하다고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아무에게나 착했기에 손해를 본 것이다.
물론 누군가를 성급하게 테이커로 확정해서는 안 되고, 상호 관계의 입출금을 시시각각 분석할 수도 없다.
하지만 착취적인 관계를 지속하다, “역시 착하게 살면 안 돼”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서도 안 된다.
세상은 착한 사람들만 사는 디즈니 월드도 아니고, 그렇다고 악당들이 넘치는 고담 시티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나친 경계심도, 분별없는 이타심도 아닌 세상의 양면을 함께 바라보는 힘이자 테이커를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일 뿐이다.
내가 가진 걸 뺏기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껏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착취적인 관계가 지속된다면 거리를 두자. 기꺼이 당신을 만난 것을 행운이게 하라.
단, 그럴 자격이 있는 이들에게.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로 받는 벌이다._법정 스님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는 작지 않다.

사기를 당한 사람에게도 사람을 잘못 본 죄를 구형하는 얄짤없는 세상이기에 더더욱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아무에게나 착하지 말아야 한다.

-

신념이 경직되는 건 경계해야 한다.
맹목적인 믿음이 때론 사이비 종교 신도를 만들기에 오랜 세월 마음에 심어진 ‘이게 옳다’는 신념에도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가 믿는 삶의 관점이 유일한 진리는 아닐 수 있고, 몇 번을 검증한 신념에도 오류는 존재할 수 있으며, 가치관 역시 필요하면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의 방식으로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삶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면, 반복되는 충돌이 생겨난다면 설득될 용기를 내자.
우리의 믿음에도 때론 ‘변경 가능’이라는 조항이 필요하다.
+늘 행복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면 자주 변해야 한다.-공자


몇 번을 검증한 신념에도 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

나의 옳음보다 더 정답 같아 보이는 걸 만났을 때 기꺼이 설득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생각과 태도다.
때로는 나쁜 결정을 할 수도 있으나 중요한 건 거기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이는 통제권을 내 안으로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리타 하트니


삶에서 딱 한 가지를 가져야 하면 그건 자존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존으로 뭘 할지를 묻는다면 통제다.

내가 내 결정을 믿고, 따르며 그렇게 스스로를 통제 아래 두는 것.


생각과 태도는 언제나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그 상황 안에서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는 온전하게 내 선택이다.

이 마음으로 살아보면 거의 모든 일이 아무 일도 아닌 일이다.

-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북클럽 오리진〉과의 인터뷰에서 2040년이 되었을 때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우리가 지금 배우는 것은 대부분 쓸모가 없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삶은 다양해졌고,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에 중요한 건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 아닌 개인의 회복력, 즉, 실패를 다루는 힘을 얻는 것이다.
애플에서 해고된 게 인생에서 최고의 일이라 말했던 스티브 잡스처럼, 회사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덕분에 작가로 살고 있는 나처럼, 누군가와의 헤어짐으로 진짜 인연이 들어설 자리가 생기는 것처럼, 실패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방식을 수정할 수 있는 것처럼, 실패는 새로운 시작을 내포하는 일이며, 포기는 한계를 확인하는 일이 아닌 삶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일이다.
그러니, 실패의 순간에 절망하지 말자.
목표에서도, 직업에서도, 관계에서도, 삶에 어느 순간에도 누구나 실패를 할 수 있다.
우리는 실패를 배워야 한다.
+자신의 실패에 너그러울 수 있어야, 타인의 실패에도 너그러울 수 있다.


실패를 학습해야 한다는 말이 좋았다.

실패한 적 없는 삶이 가장 실패한 삶이라는 말처럼, 세상의 수많은 실패 선배들을 믿고 더 자주, 더 용감하게

실패를 했으면 좋겠다!

-


생각보다 적은 내용이 많았는데, 그만큼 기억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 책이 아니었다 싶다.

'지금 괜찮은 건가?' 하는 이유모를 의문이 생길 때,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어떤 말이 위로가 되어줄지 모르겠지만 분명 담아뒀다 때때로 꺼내보고 싶은 문장을 몇 개쯤은 얻어갈 수 있는 책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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