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월생 Oct 01. 2022

56kg에서 46kg가 되어보니

#9. 내 인생 마지막 다이어트

나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9년 11월, 인생 마지막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마지막 다이어트였던 이유는 성공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다이어트에 돈을 써봤고, 그렇게 46kg까지, 10kg 감량에 성공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유는 분명했다. 늘 통통하게 살아왔기에 한 번쯤은 날씬해보고 싶었던 것.

목표 역시 10kg 감량이 아닌, "이제 그만 빼도 되겠다", "왜 이렇게 말랐어?" 같은 말을 들어보는 것이었다.

2020년 7월 마침내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심지어 할아버지는 어쩌다 뼈밖에 남지 않았냐며 걱정해주셨다. 할아버지의 시선이라 보통과 좀 다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벅찼던 말씀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10kg를 감량하고 가장 좋은 점은 만성 소화불량 및 역류성 식도염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현대인 대부분이 못 먹어서가 아니라 많이 먹어서 아픈 거라던데, 내가 딱 그랬다.

먹어서 아팠던 건 먹지 않으니 전부 괜찮아졌다.

그렇다고 굶는 다이어트를 했던 건 아니었다. 필요한 열량을 필요한 만큼만 섭취했다.

배부를 때까지 먹지 않았고, 먹을까 말까 하는 고민의 순간에는 언제나 먹지 않는 편을 선택했다.

배가 고프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그게 진짜 허기짐인지 가짜 허기짐인지 가려내기 위해 물부터 두 컵 마셨고,

30분 후 여전히 배가 고플 때만 음식을 섭취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위의 용적이 줄어들어 조금만 먹어도 배부름을 느낄 수 있었다.

양이 적어지니 몸이 가벼워졌고, 당연히 체중도 줄어들었다.

이제는 무언가를 원 없이 먹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배부름이 주는 만족보다는 허기진 느낌이 주는 속편함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장점은 모든 옷이 편해졌다는 것이다.

뼈대 자체는 작은 편이었기에, 살이 빠지며 사이즈가 두 개나 줄어 옷을 고르는 일이 수월해졌다.

55반 사이즈를 입다가 이제는 44반을 입고,

반지는 약지 기준 10호를 꼈었는데 얼마 전에 가서 측정했을 땐 6호를 권해주셨다.

신발도 235-240을 신었었는데 이제는 230-235를 신는다.

정말 곳곳에서 살이 많이 빠져나갔구나를 이런 수치들로 실감하게 된다.


10kg의 감량으로 나는 생각보다 더 세상은 마른 사람에게 관대하다는 걸 경험했다.

구체적으로 손꼽기는 어렵지만, 체중의 변화는 자기 관리의 기준이 되었고 그걸 해낸 사람에게 사람들은 생각보다 높은 인정을 줬다.

외적인 요소는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는 부분임은 분명하기에 체중감량 후 1년이 넘는 시간 나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으로 회자되었다.

우스운 일이지만 사실이 그랬다.


개인적으로 체중감량에 대한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지만, 모두가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체중과 사이즈에 대한 압박이 얼마나 기이한지 또 그 기준이 얼마나 터무늬 없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이어트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가 오직 건강인가를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었다.

자기만족의 이유가 더 큰데, 그 자기만족 안에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없다고 자신할 수 없다.

아니 사실은 존재한다.

나는 이런 세상을 바꾸기보다 그냥 내가 살을 빼는 쪽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한 번쯤은 말라보고 싶다는 내 생각이 다이어트의 시작이긴 하지만, 그 생각 역시 온전히 내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이 후기 끝에 내가 적을 수 있는 말은 모든 결정은 각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선택이 다이어트라면 그 과정에는 건강이, 그리고 그 끝에는 행복과 자기만족이 존재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펫로스 증후군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