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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Oct 17. 2022

내 계획을 방해한 상상도 못 한 정체

15일 16:00 쯤 지하철 안에서 브런치를 켰다.

한 시간 가량 가야 하는 여정 속에서 브런치에 글을 적어 올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켜지지 않았다.

'음..?' 전부 다 위로 올려 제거하고 다시 도전했다.

여전히 먹통이었다.

'아, 이 지하철 와이파이.' 얼른 와이파이를 끄고 다시 도전했다.

여전히 켜지지 않기에 업데이트 문제라고 확신했다.

앱스토어에 들어가 전체 업데이트를 눌렀는데 22개의 업데이트 항목 중 브런치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무슨 일이야!!!'

분통을 터트리며 시간 관계상 메모장을 켰다.

오늘 하루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지하철로 이동하는 한 시간뿐이라 우선은 적어야 했다.

메모장에 길고 긴 글을 적었다.

그리고 내리기 직전, 브런치를 다시 켜보았다. 여전했다.


구글에 브런치를 검색하니 먹는 브런치만 나왔다. 아무런 뉴스도 없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속만 터지다가 뜻밖의 인스타그램 디엠을 받고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지금 카카오톡이 안되어서 디엠을 보냈다는 말에 서둘러 다음을 검색해봤다.

그렇게 브런치가 켜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어마어마한 카카오 먹통 사태에서 나는 아마도 유일하게 카카오톡이나 다음이 아닌 브런치로 이 시작을 경험한 사람이었지 싶다.


카카오가 멈추니 당장 모두의 일상이 참 많이 불편해졌나 보다.

예상보다 더 많고 다양한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특히나 킥보드 및 전기자전거 반납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계속 사용 중으로 표시되어있다는 누군가의 사연은 매우 안타까워 보였다.

나 역시 카카오 생태계에 생각보다 많이 길들여진 건지 카카오톡 없이는 지하철 도착 시간도, 내려서 걷는 방향도 알기 어려웠다.

말 그대로 어려웠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동 중 제한된 시간 내로 찾아 얼른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검색이 가능해진 이후엔 무언가를 미리 찾아보고 나오지 않는다.

그 순간 즉시 찾아도 5초면 알 수 있었기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원래라면 10분은 일찍 도착했을 곳에 10분 정도 늦는 그 정도 불편함 정도를 경험했었다.


사실 내게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카카오 주주임에도 주식이 급락하겠구나 하는 걱정보다, 나의 100일 프로젝트가 이렇게 끊기는구나 우려되었다.

심지어 내 글 중 하나가 메인에 걸려있는지 엄청난 조회수를 갱신하던 중이었는데!!! 하필 이 시기에 하필 오늘!

그날 24시까지 브런치를 거의 백번도 더 열어보았다.

24시가 지나고는 반 포기 상태였다.


다음날인 16일, 일부 서비스가 복구되었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잠시나마 기대했지만 브런치는 여전히 먹통이었다.

다음 포털, 카카오 맵, 카카오페이 등 사람들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분야가 먼저여야겠구나 생각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방금 막 잠들려던 차에 브런치 알림이 울렸다.

아우 반가워라.


서비스가 재개되었으니 나름의 해결방안으로 15일 그리고 16일 치 글을 재빠르게 적어 올려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라도 꾸역꾸역 나의 100일 프로젝트를 유지해 보아야겠다고.


이번 카카오 사태로 모두가 저마다의 느낀 바를 가지고 있겠지만, 나의 경우 아래 사실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개인적인 도전이더라도, 타의에 의해 멈춰지기도 한다는 것.


아무쪼록 조속하고 원만하게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또 재발하지 않기를 희망하며,

반가움에 급히 적어본 새벽의 브런치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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