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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Oct 20. 2022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요즘 나는 내가 이전에 쓰던 아이폰8 같다.

충전을 해도 배터리가 일찍 없어져버리는.

그래도 브런치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화면을 켰는데, 머리가 하얗다.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하나, 적었다 지웠다를 한 시간째 반복하다 결국 내가 메모장에 적어놓고 종종 보는 시를 적어보는 것으로 대신하기를 선택했다.

더 가득 충전해서 보다 이로운 이야기들을 내일부터 적어볼 것을 다짐하며, 오늘은 전승환 작가의 따뜻한 시를 공유한다.


생각이 많아지고
네 곁의 누구도 힘이 되지 않아 외롭겠지만
가끔은 모두가 그렇단 사실을 잊지 마

내 사람 같은 친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함께 살아온 가족조차 너를 쓸쓸하게 하지만
사실은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

골목마다 사람마다
바람만 가득한 차가운 이 세상에
금쪽같은 시간을 뚫고
네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너는 충분히
행복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마
 
제 걱정으로 매일이 벅찬 사람들이
가슴속의 혼란과 역경을 뚫고
너를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따뜻한 일이니

매일의 저녁이 너에게 우울을 선물해도
세상 모든 음악이 네 심장을 울려 마음이 어두워도
네 믿음이 불안해 눈물이 난다 해도
네 불안이 마음을 잡아먹는 일이 있다 해도
구름도 가끔은 햇빛을 믿지 못해 비를 쏟아내는데
누군가는 너를 위한 글을 쓰고 있다는 걸
너의 우울을 끌어안기 위해 위로를 하고 있다는 걸

슬퍼하지 말고
괴로워하지 않길

바람도 가끔은 불기가 지겨워 적막하고
해바라기도 가끔은 목이 아프고
연어도 가끔은 제 갈 길이 막막해
폭포에 쓰러지곤 하는데
네가 지금 좌절이 된다고 해서 홀로 울지 않길
 
너는 많은 사랑을 가진,
사랑으로서 사람이 된,
사랑의 존재라는 걸
절대 잊지 마.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나는 개인적으로 이 시에서

'제 걱정으로 매일이 벅찬 사람들이 가슴속의 혼란과 역경을 뚫고 너를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따뜻한 일이니'

라는 구절이 제일 좋다.

내 걱정으로 벅찬 와중에도 내가 누군가를 생각하듯이, 나를 생각하는 누군가도 자기 몫의 생의 견뎌내느라 힘이 드는 와중에 나를 떠올려준 것이니까.

그래서 점점 주변 사람들이 소중하고, 주고받는 따뜻한 말들이 귀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구절도 참 좋다.

'사랑으로서 사람이 된, 사랑의 존재.'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사랑 없이 키워진다는 건 불가능하다.

사랑의 형태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아주 작은 약하디 약한 한 뼘의 아기가 제 몫을 하는 인간으로 성장하기까지 누군가의 도움이, 사랑이 없었을 수는 없다.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들 속에 갓난아이는 분명 어떤 보살핌 속에서 어른이 되었을 수 있었을 테니.


이 시를 읽는 모두가 오늘 하루 충분한 충전을 할 수 있기를 응원하며 오늘의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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