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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Oct 25. 2022

올바른 저염식을 고민하는 이유

#3

밥과 국, 여러 가지 반찬이 어우러지는 한식은 몹시 매력적이다.

자연친화적인 식재료들로 이뤄진 조화로움과, 단일 메뉴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다채로움까지.

맛은 물론 눈까지 즐겁다.

밥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대로 된 밥을 먹는 것이 곧 힘이고 건강이라고 여겨졌으며,

빵이나 면으로 된 식사는 '끼니를 때우다'라고 표현될 만큼 밥과 국 그리고 반찬으로 이루어진 한상차림에 진심이었다.

그렇게 한식을 좋아하며 고수했던 21세기 한국인에게 남은 건 엄청난 다양함을 자랑하는 한식 레시피들과, 전국 곳곳의 특색 있는 맛집들 그리고 나트륨이었다.


한식의 치명적인 문제는 기준 이상으로 많이 들어가는 나트륨이다.

밥과 국 혹은 찌개를 매끼마다 먹는 식습관으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짜게 먹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한국인들은 하루 평균 12g의 나트륨을 섭취한다. 하루 권장량인 5g에 비해 현저하게 많은 양이다.

한국 남성의 나트륨 섭취량이 세계 보건기구 권고량의 최대 2.2배이며, 이는 한국인 3명 중 1명이 앓는다는 고혈압과 관련이 깊다.

전문가들은 국내 고혈압 환자 10명 중 9명이 본태성 고혈압, 즉 선천적이 아닌 생활 습관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한다.

즉 한국인의 식습관이, 한식이 예상과 달리 건강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나트륨과 혈압은 그 관계성이 분명하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혈관 내에 나트륨 함량이 많아진다.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세포 내에 수분들은 혈관으로 빠져나오며, 혈관 내에 많아진 수분은 압력을 높아지게 만든다. 여기서 압력이란 혈압을 의미한다.

나트륨을 배출하는 과정에선 칼슘도 함께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는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소금 섭취량이 6g 늘어나면 심장병 사망률은 60%, 뇌졸중 사망률은 90% 늘어난다.

게다가 나트륨은 단맛을 상쇄시켜 더 많은 양의 당류를 섭취하도록 하는 문제점도 있다. 단짠단짠이 공식처럼 존재하는 이유이다.

노인의 경우 그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맛을 느끼는 미뢰 세포가 퇴화되어 미각이 둔해져 더 짜게 먹게 되며, 노화로 인해 혈관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위험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젊은 고혈압이 많아지는 시대이니만큼 나 역시 나트륨을 줄이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저염식을 하는 것은 노력의 영역이다. 매일 세 번 노력해야 하니, 난도가 높다기 보단 부지런함이 요구되는.

구체적인 저염식의 방법으로는 젓갈, 김치 등의 염장식품과 가공식품을 피하고, 조림보다는 구이나 찜, 볶음요리를, 찌개보다는 맑은 국을 먹는 것 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말로만 들어도 복잡해 보이는 이런 과정 대신, 나는 적당한 저염식에 소식을 더해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음식 자체를 적게 먹는 것이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도시락의 특성상, 국이나 찌개를 챙겨 다니기는 쉽지 않다.

국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국물이 쏟아지지 않고 온도가 유지되는 보온도시락이 필요한데, 한 번이라도 보온병을 들고 외출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방법은 무게가 아주 큰 진입장벽이다.

바쁜 아침 일어나서 나가는 것도 벅찬 출근길에 짐까지 무거우면 회사에 도착하기도 전에 녹초가 된다.

그런 컨디션으로는 지구도 내 건강도 지킬 수 없다.

어느 정도 여력이 남아있어야만 뭐라도 해볼 마음이 들기 때문에 체력이 많이 요구되는 이런 방법은 애초에 소거할 것을 추천한다.


나의 경우 가벼운 도시락에, 적은 양의 음식을 담는 방법을 택했다.

샐러드에 소스를 뿌려두기보단 찍어먹는 정도의 노력만 기울여도, 사 먹게 되는 여타 점심식사보다는 충분한 저염식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초기에는 확실한 저염에 도전하고자 간을 거의 안 한 음식을 챙겨갔는데, 도시락을 먹는 점심식사 시간이 꼭 벌칙같이 느껴졌다.

간이 거의 되지 않는 콩밥을 먹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 얻는 게 무언인가 싶으면서 다 포기해버리고 싶었다.

점심시간이 10분만 더 있었어도 컵라면을 끓여 가져온 저염 도시락을 말아먹었을지도 모른다.

그날을 교훈 삼아 나는 간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벌칙 같은 음식을 도시락으로 챙겨가지 않기로 했다.

적게 먹더라도 맛있는 것을 먹는 편을 선택한 것이다.


소식이 자신 없다면 천천히 저염식에 익숙해지는 것도 방법이다.

강한 양념 대신 삼삼한 본 재료의 맛에 적응하는 것.

이 방법으로 가장 추천하는 건 잠깐 동안의 단식이다.

마음먹고 딱 72시간만 공복을 유지하다가 무언가를 먹으면, 입에 넣는 모든 음식의 맛이 10배 정도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짠 건 더 짜게, 단건 더 달게, 신건 더 시게 느껴지는 맛에 민감해진 그 상태를 가능한 오래 유지하는 전략.

그러다가 단계적으로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질 때쯤, 또다시 단식에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보통의 자제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72시간은커녕 12시간 단식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소식을 선택했는데 각자가 편한 방법을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음식이 곧 약이고, 약이 곧 음식이다"

의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 조차도 음식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먹는 것으로부터 야기되는 만성질환을 피하고 더 건강한 내일을 살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식습관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도록 건강하게, 내가 원하는 것들을 꿈꾸고 이루며 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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