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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Oct 31. 2022

젊은 세대의 할로윈을 이해하려는 노력

연일 마음이 먹먹하다.

그 와중에 도대체 젊은 친구들이 남의 나라 축제인 할로윈을 왜 이렇게 챙기냐는 물음이 보였다.

피해자를 비난하기 위한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어 보여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나이가 많지 않은 나조차도 핼러윈이 이렇게 성행하게 된 계기가 문득 궁금했으니.


내가 핼러윈을 처음 접한 건 아마도 8살 때쯤이었다.

다니던 영어학원에서 핼러윈 이벤트를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 역시 핼러윈에 익숙한, 즐겨야 마땅한 나이이나 내 성향은 나를 그 방향에서 멀어지게 했다.

주말에 근무를 자처해, 평일 대체 휴무를 받는 것을 선호할 정도로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는 성격 때문에 핼러윈을 온전히 즐겨볼 기회가 없었지 싶다.

그렇게 내가 무심한동안 우리나라에서 할로윈의 위상은 조금 달라졌다.

1020에게는 크리스마스보다 더 큰 행사가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크리스마스,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날이 되면 명동이나 시청에 모여 커다란 트리를 보고 캐럴을 듣는 것은 지금의 기성세대의 문화였다.

캐럴만 들어도 설레고, 괜히 사람 많이 모인 곳에 가서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느끼며 그 안에 머물고 싶어 했던 그런 날.

지금의 세대에겐 할로윈이 그렇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성탄절은 어찌 되었든 기독교적인 축제이다.

그래서 가족적인 분위기인.

연인들 혹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날로 굳어졌으며,

어려서부터 접한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때문인지,

그날 괜히 함께 보낼 사람이 없으면 외롭고 고독한 사람으로 비친다.

크리스마스의 영롱한 조명과 화려하게 반짝이는 트리와 대비되어, 혼자라는 것이 괜히 평소보다 더 어색하고 불편한 그런 날로 말이다.


하지만 할로윈은 다르다.

분장 하나로 혼자여도 순식간에 소속감을 느끼는 게 가능하다.

비슷한 분장을 한 사람끼리 사진을 찍고 교류하며 잠시나마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이 여타 다른 축제와의 차이점인 것이다.

그렇기에 개인주의가 익숙한 세대에게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축제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것은 왜 챙기지 않느냐는 비난조의 질문도 종종 보인다.

그렇게 따지면 뭐 월드컵 올림픽 크리스마스는 우리 것이라 챙겼냐고 대답하고 싶지만 지금은 왜 할로윈인가? 에 대한 설명 중이니 계속해보자면, 한국의 명절은 대부분 가족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몇 세대가 함께 모이는 가족 중심적인 날.

동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하지만 그 또한 가족 집단이 다른 가족 집단과 어울리는 것이지, 혼자인 사람들이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날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고독함이 배가 되는 날일 수밖에 없다.

주어진 가족이 없다면, 온전히 외로울 수밖에 없는 그런 날.

그렇기에 오히려 혼자인 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는 날이기도 하다.


거기서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젊은 친구들에게 또래 사촌들을 어른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인 설과 추석이 뭐 그렇게 재미있을까?

필요 이상의 관심이 불편하고, 내가 원하지 않는 주제의 대화가 달갑지 않은데 심지어 그런 것을 집안 어른들과 함께 해야 하는 그 자리는 솔직한 말로 축제보단 숙제에 가깝다.

물론 아닌 가족도 있겠지만 명절 스트레스 같은 단어도 있는 걸 보면, 모두에게 명절이 마냥 행복한 날이 아님은 분명하다.


지금의 10대와 20대 초반의 친구들은, 세월호 코로나 등으로 수학여행의 기회도 많지 않았고,

그들의 부모님이 크리스마스를 즐겼던 세대이다 보니 크리스마스가 자연스레 가족끼리 보내는 날로 굳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핼러윈이야말로 친구들 그리고 타인과 즐기는 진짜 그들의 축제인 것이라고.


문득 이런 이유들을 꼭 하나하나 꼽아봐야 할까 싶다.

그저 재밌어서 즐기는 것이라고 해도 이해받을 수 있는 사회였으면.

전 세계가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며 구슬을 치고, 달고나를 만들어 먹던 모습을 재밌게 바라봤듯이, 할로윈을 즐기는 이들도 그저 재밌게 바라봐주면 안 되는 걸까?

세계는 하나다, 글로벌 시대에 국경은 없다를 외치며 영어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그때의 '어른'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남의 축제에 왜들 그리 유난이냐고 말하는 사람들만 남았는지 모르겠다.


그저 이런 날을 핑계로 색다르게 놀고 싶은 마음들이 모인 것으로 바라봐줄 수는 없는 걸까?

어느 세대에나 문제는 있었고, 사람이 많이 모이면 이상한 무리들은 꼭 있기 마련이다.

만국 공통, 불변의 법칙처럼.

우리 안에 들어온 문화도, 그걸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도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저 어디에나 있는 이상한 무리들이 그 문화에도, 그 세대에도 있는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 것을 놔두고 왜 남의 것을 즐기냐는 사람들에게는 부디 요청하고 싶다.

그게 그렇게나 보기 싫으면 우리 명절을 젊은 이들이 찾도록 재밌게 좀 만들어 달라고.

특정일에 즐길 수 있는 우리만의 문화가 생긴다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핼러윈만큼은 챙길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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