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계속해서 적어보는 남의 일기장 같은 책 후기!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든다.
무척이나 피로한 아침이었는데, 이 책에 몰두한 덕분에 잠시나마 나의 피로한 상태를 잊을 수 있었다.
이 책을 더 흥미롭게 읽은 이유는 나와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올해 성인 ADHD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그 사람을 지켜봤기에 ADHD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는데, 대다수가 그렇겠지만 본인의 행동을 그것과 연결시켜 생각하지 않았었다.
강요할 수 없으니 ‘그럼 말아라 ‘하고 있었는데, 지난여름 어느 날 갑자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왔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병원에 간 것 마저도 ADHD 증상 중 하나인 충동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었던 기억이 난다.
여하튼 결론적으로 일주일쯤 후, 그 사람은 ADHD 판정을 받았다.
다만 조금은 특이한 경우라 병원에서도 이런 사람은 평생 본인이 ADHD임을 모르고 살 확률이 높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 특이한 경우란 IQ가 높은, 고지능인 사람의 의미한다.
ADHD인 사람이 지능이 높으면, 지능으로 그 증상을 커버하는 게 가능해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데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보통보다 더 잘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흔히 ADHD는 주의력 결핍과 낮은 집중력 등을 대표 증상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히는 집중력 조절에 장애가 있는 것이며 그래서 오히려 집중력이 높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럴 경우 높은 몰입력 덕분에 학창 시절 비교적 성적이 우수해, 주의력 결핍 장애를 의심받지 않기에 검사 대상조차 되지 못해 보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 사람의 몰입을 옆에서 지켜보며, 성인 ADHD를 의심했다. 솔직히 어느 정도 확신했다.
확신이 없었으면 애초에 권하기 어려운 영역이니 검사를 해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이 내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사람의 몰입은 아니었다.
끝을 봐야 끝이 났다. 그 끝이 해결일 때도 있었지만, 옆에서 지켜봤을 때 그저 소모 인적도 있었다. 사실 좀 많았다.
본인에게 득 보다 실이 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지속하는 것이 처음에는 고집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고집이기보단 집중할 영역과 양, 그리고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가까웠다. 혹시 ADHD여서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성인 ADHD의 다른 특징도 보였는데, 제일 크게 다가온건 '해야 하는 일'로 규정해두는 일이 남들과 좀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걸 왜 해야 해? 하고 물으면 이유를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보통은 하고 사는 것들을 완전한 납득 없이 ‘그냥 일단 해!’가 안 되는 느낌?
살면서 할 마음이 들지 않더라도 하고 살아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일을 하는 걸 남들보다 상당히 어려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그걸 아예 안 하고 살 수는 없으니 하긴 하는데, 그걸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아주아주 커 보였던 느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에 의하면, 본인 기준에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사회규범과 규칙을 지키는 일이 ADHD 환자들한테는 스트레스를 넘어 고통에 가까운 일이라고 한다.
뭐 저렇게까지 힘들어하나, 안타깝다가도 답답해 다그치기도 했었는데 그게 증상이었다고 하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ADHD를 고칠 수 있어 다행이었다기보단, 그냥 이제는 그런 고통에서 해방되어 남들만큼만 힘들어하며 살 수 있어지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결론적으로 내 지인은 병원 방문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약을 먹으니 가용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고.
이런저런 일들을 전보다 더 수월하게 해내다 보니 여력이 많이 남은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ADHD인 본인의 자아를 누르고 사회적으로 정답인 방향으로 본인은 밀어 넣는 힘을 쓰지 않아도 되다 보니 말이다.
지인이 본인 어머니께 "나 ADHD래. 그래서 약 먹고 있어"라고 했더니, 어머니께서 "어쩐지..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하셨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딱 특정할 수 없는 그 사람의 특정 순간들이 검사 결과를 납득하게 만들었는데, 그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셨구나 싶었다.
본인이 다른 사람보다 뭔가를 수월하게 납득하지 못하거나, 그냥 해야 하는 일을 루틴하게 하는 게 어렵거나, 시간 배분을 잘 못한다고 느낀다면 간단한 검사 정도는 받아보길 추천한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적어도 고통스럽지는 않고 살아가는 게 가능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끝으로 그 지인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이런 글을 쓸 거라고 했다. 불특정 누군가는 읽겠지만, 네게 보여주지는 않을 글을.
어차피 익명이니 상관없다는 대답을 듣고, 혹시 인터뷰 차 몇 가지 질문을 좀 해도 되냐고 물었다.
동의하기에 처음 무슨 마음으로 병원에 갔냐는 질문을 했다.
한참 고민하더니 “무슨 마음이었는지 복합적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라는 대답을 받았다.
대답의 내용이 알 수 없다는 말이었음에도 어떤 대답보다 정확한 대답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근데 ADHD를 가진 사람 중에 내 인생이 제일 쉬운 거 같아. 타인에게 관심 없는 내성적인 성향 때문에 나는 특별히 그거 때문에 상처 받거나 난처했던 기억이 없거든. “
아마도 하고 싶었던 말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성인 ADHD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검사를 받을지 말지, 치료를 할지 말지를 고르면 되는 선택의 영역이라는 이야기였지 싶다.
반드시 무조건 고쳐야 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그냥 내가 사는데 약을 먹는 게 더 좋겠다 싶으면 그러면 될 것 같다는.
나름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남기곤, 갑자기 마지막으로 ADHD가 비교적 흔한 질병이라 그렇지, 나를 포함한 세상 사람들 대부분도 검사를 하면 각자에게 해당되는 병명이 있을 거기에 그게 그렇게 특별한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저자와는 조금 다른 의견이었다. 역시 성인 ADHD 중 본인 삶이 제일 쉬운 것 같다는 사람 답다고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전과 지금, 변함없이 튼튼한 사람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내일은 나머지를 전부 읽고, 책의 내용에 좀 더 집중된 이야기를 해보아야겠다.
끝으로 이 글을 보지는 못하겠지만 본인의 경험을 기꺼이 적게 해 준 그 사람에게 고마움 마음을 적어보며,
오늘은 이만 이 길고도 티엠아이 가득했던 글을 끝맺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