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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Dec 09. 2022

마음먹으면 할 수 있지만 마음을 쉽게 먹지 못하는 편

"맘먹으면 다 해."

내가 살을 뺄 때 주로 내뱉는 말이다.

아니 정확히는,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느낌에도 음식이 먹고 싶을 때.


개인적으로 살을 빼는데 자신이 있었다.

10킬로의 체중감량에 성공했고, 3년째 건강검진에서 비슷한 몸무게가 찍히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간과했던 것은, 내가 살을 찌우는 데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체중을 감량시키는 나의 노력은, 타고난 내 재능을 이기기에 역부족이었다.

더군다나 겨울이 왔다.

체중감량 이후 가장 불편했던 것은 추위였다. 마른 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겨울은 내가 그간 경험해온 겨울과는 차원이 달랐다. 내의를 두 겹씩 껴입어도 속이 시리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세상 모든 마른 이들이 이토록이나 추운 겨울을 이겨냈다고 생각하니 절로 안타까운 마음과 대단한 마음이 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가 있다가도 찬바람 한 번에 날아가버린다.

이 겨울에 먹는 어묵 국물의 뜨끈함과, 우연히 마주친 붕어빵의 바삭함, 그리고 호떡의 달큼함을 너무 잘 아는 것 또한 문제가 된다.


없어진 10킬로 덕분에 여름에 더위를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린 대신, 겨울 추위에 무척이나 취약한 인간이 되었음에도, 올해는 재작년이나 작년 겨울에 비해 견딜만하다.

작년보다 춥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내가 내 안에 조금씩 조금씩 지방을 모아놓은 덕분임을 사실 알고 있다.

살찌는 느낌은 싫으나, 매일 걷자니 춥다. 핑계 같지만 이런 이유로 마음이라는 것을 이 겨울을 지나 보내고 먹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스스로가 조금은 설득되어가는 중이었다.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다 하는데' 하며.


그런데 생각해보면 세상에서 이것만큼 위험하고 무서운 확신도 없다.

그 마음이 결코 쉽게 먹어지지가 않는다는 사실은 망각하고 맘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해버리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 마음을 먹기가 힘든 것이며, 마음먹지 못해서 결국 못하는 인간인 건데, 아직 맘먹지 않았을 뿐이라고 맘만 먹으면 금방이라고 생각해버리게 된다.


자고로 자기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걱정할 필요 없는 법이거든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라는 책 속 문장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는 지금의 내가 걱정이다.

내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 망각하고 있는가 싶어서.

얼른 나를 알고, 내 위치를 알고,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알아서 해치우듯 해나가야지.

그게 결국 내년의 나에게 칭찬받을 일임을 잊지 말고, 꾀부리지 말고, 어서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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