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월생 Dec 10. 2022

현재 한국사회 인권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는 것

“인권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편적 가치여야 합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제일 인권유린을 많이 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 자리에서 시상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현재 한국사회 인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9일 오전 2022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지회장이 인권상에 대통령 표창이 주어지는 것에 반발하며 한 말이었다.

행동하는 양심이 대단해 보였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처럼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는 사람은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오늘 같은 시대에는 더욱이나 귀한 태도라고 생각된다.


“인권은 20층 높이의 빌딩 위에 자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인권은 '사람답게 살아보자'라고 외쳤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 노동자들, 그리고 오늘도 지하에서 햇빛 한 번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병들고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인권을 지키려 곡기를 끊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합니다.

이날 기념식이 열린 프레스센터 20층이었기에,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졸린 눈을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 노동자들, 지하에서 햇빛 한 번 받지 못하며 일하는 노동자들, 일을 하고 그로 인해 아프거나 다치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 속에 인권이 필요하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

그게 노조의 이유였음을, 다시금 떠올렸다.


공교롭게도 인권상과 표창이 수여되던 날 당일 화물연대는 파업을 중단했고,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의 법치주의 원칙이 통한 것이라는 자평이 나왔다.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는 우리 경제와 민생에 천문학적 피해를 줬다”며 “한편으로 우리 모두 화물업계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노사 문제에 관해서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겠다”

경제와 민생에 천문학적 피해를 주었다는 말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이 나라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는 것이 참담했고 부끄러웠다.

저들의 요구가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 운임 보장을 통해 과로, 과적, 과속 운행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 운임제 일몰제 폐지, 적용품목 확대' 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 말이었을까?

화물연대 파업은 북핵과 같은 위협이라니. 저들은 그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고 싶어 하는 것뿐이었다. 저들이 도대체 누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일까.

화주 단체를 대표해 간담회에 참석했던 사람은, 지난 6월 "기업들이 안전 운임제가 운송시장에 굉장히 자연스러운 수요와 공급을 해소하는 시장의 기능을 제한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었고, 두 달 뒤인 8월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에 임명되었다.

정부는 화물기사들에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시켰고,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간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국제노동기구에서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 사무총장 명의로 평화적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한 형사 제재는 없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으나, 정부는 이를 단순한 의견조회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강경한 태도를 반겨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기사도 함께 봤다.

그런 이유로 지지하는 인간들과 이 땅에 함께 삶이 부끄러웠으며, 이 나라의 국민 일부는 자정 능력을 완전하게 상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업을 지지하지 않아도 좋고, 노조의 방식을 비판해도 괜찮으나, 노동자들을 향하는 강압을 지지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저런 방식의 강압은 언젠가 누구에게나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대체 정부가 국민에게 강경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대화하고 합의하고 또 대화하고 합의하면 된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 그 이유를 들어보고 그에 따른 적절한 타협안을 제시하고 또 제시하면 된다.

파업을 끝내고 정부의 3년 연장 방안을 받아들인 화물연대에게, 이제는 그마저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참담하다.

경제적 이점이, 누군가의 편의가 다른 사람의 안전과 인권 앞에 위치해도 됨을 용인하는 시대 임의 선포 같았다.


"개인적 권리를 넘어서 사회적 권리 속에서 보호되어야 할 (인권이) 이렇게 웃기고 있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참담함을 느낍니다.
74년 동안 인권이 보편적 가치를 가진 권리가 되게 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인간으로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그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오늘을 기념하고 싶습니다.
오늘이 인권 조항 낭독하지 못하겠습니다. 먼저 퇴장하겠습니다."

인권, 안전.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25년 뒤 한국이 소멸됨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이런 부분에서 아무것도 바꿔나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모처럼 쓸쓸하게 느껴지는 날이나, 20층의 프레스센터에서 위의 말을 하고 오신 저분만큼이나 씁쓸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직은 희망이라는 것을 품고 살고 싶지만,

이 시대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입장에 공감하며, 해결책을 찾아 나아가는 세상은 아닌 듯 보여 참 안타깝고 슬프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먹으면 할 수 있지만 마음을 쉽게 먹지 못하는 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