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책이 장편영화라면, 브런치북은 단편영화 같다.
짧으나 알차고, 그래서 더 쉽게 읽게 된다.
많은 이야기가 '사람'에 대한 것이라는 점도 좋다.
그것도 남이 아닌 나의 이야기라서 더욱이.
나는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실제로 해보지 않고도 마치 해본 듯한 느낌을 고작 읽는 행위만으로 얻게 해 주기 때문이다.
영원히 남게 되는 책과 달리 수정이 가능해서일까? 브런치북의 작가들은 몹시 솔직하다.
꼭 내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이 느껴지는 이유다.
브런치북이 그 사람의 대표작이 되는 것이 아니어서인지, 어떤 일의 결말까지도 참 현실적이다.
퇴사 이후 회사를 그리워하며 결국 회사로 돌아가게 되거나, 도전이 엎어지거나, 기대가 무너진 이야기들.
그럼에도 여전히 괜찮으며, 그 시간들을 지나오며 더 단단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주로 담겨있어서 좋다.
오늘 갑자기 브런치북에 대한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내가 오늘 읽은 어떤 브런치북 때문이었다.
내가 선택하는 브런치북에는 특별한 기준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알고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왜 나에게 보였는지 알 수 없으나, 보였다면 읽어보고 하나가 마음에 들면 그 사람의 글을 전부 읽는 식이다.
이런 걸 보면 아마도 나는 주제나 장르보다는 문체를 가리는 듯싶다.
오늘 읽은 어떤 브런치북에서는, ‘문득 돌아보니 매일 멈추지 않고 열심히 나 자신으로 살아온 내가 있었다’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무수한 혼란과 불확실함 그리고 암담함을 지나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선택을 하면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끝도 없이 흘러간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낸 누군가의 이야기는, 때때로 내 선택까지 돕곤 한다.
가진 것을 놔야 빈손이 생기고 그래야 새로운 것을 집을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에도, 가진 것을 놓지 못하는 건 내 미련이고 불안이며 겁이라는 사실을 덕분에 재차 실감하기도 한다.
왜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유독 무너지지 않는 사람들이, 숱한 만류에도 끝끝내 본인을 위한 선택들을 한 사람들이 많은지 생각해봤는데, 이는 브런치가 글을 쓰는 플랫폼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러니까 나를 적어낼 수 있는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얼마 전의 글에서도 적었지만, 자기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한번 더 생각난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 내 아이가 생기거나, 좋아하는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가 다른 것은 몰라도 괜찮으나,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글쓰기 학원이라도 보내, 글을 적는 일에 익숙하도록 만들어주고 싶다.
사는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이라는 말에 공감하는데, 그 자존이라는 것이 글을 적다 보면 생기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글로 적어두면 읽는 사람은 대부분 글 속의 인물을 응원하게 된다.
내가 내 이야기를 적고 읽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언젠가 그 글을 읽는 나는 과거의 나를 이해하게 되고 좋아하게 되며 나의 앞으로를 더욱이 응원하게 되리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계속 브런치만은 지금 같은 모습의 플랫폼으로 남아주면 좋겠다.
그 어떤 금전적 이득도 생기지 않지만, 그럼에도 계속 부지런히 적는 사람들과 읽는 사람들이 복작복작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그렇게 브런치가 계속될 수 있도록, 오늘도 이 글로 작은 응원을 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