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많은 신조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맞힐 수 없는 말들이 있다.
그건 바로 엄마표 줄임말.
엄마는 카톡을 할 때 종종 엄마만의 줄임말을 사용한다.
몇 가지 기억에 남아 캡처해둔 것을 이곳에 한번 소개해본다.
첫 번째는, [ㄲㄷㄲㄷ].
ㄲㄷㄲㄷ 을 알아듣지 못하는 나에게 그것도 모르냐는 '너도 참~'을 할 수 있는 당당함이, 줄임말 창조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성은 자유로운 당당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엄마를 보며 한번 더 실감했다.
두 번째는, [ㅇㄱㅂ].
이런 적이 하도 많아 이제는 맞히기를 노력하는데, 매번 쉽지가 않다.
예상을 보통 넘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키바리가 어떻게 하면 ㅇㄱㅂ. 가 되는 것일까?
가운데가 ㅋ이었더라면 맞혔을 텐데..' 하는 아쉬움까지 남는 걸 보면 이 이상한 줄임말이 우리까지 이상하게 만든 게 분명하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가족을 의미하는데, 보통 엄마의 줄임말은 가족 톡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엄마 말 맞히기'를 한 번씩 도전하지만, 정답은 언제나 엄마에게서만 나온다.
세 번째는, [존예감].
일단 엄마가 '존예'를 알리 없고, 저 맥락상 그 말이 나올 이유가 없기에, 도저히 맞힐 수 없어 바로 정답을 요구했다.
정답을 듣고 나니 '아~ 이번껀 조금 쉬웠는데' 싶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다음에 또 쓴다면 바로 알아들으리라 다짐하지만, 엄마는 한번 쓴 줄임말을 재사용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매번 다른 창의력이 떠오르기 때문인 걸까?
-
아쉽게도 엄마가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줄임말을 사용하는 일은 이제 없어졌다.
마이크를 누르고 말하면 들리는 음성을 곧바로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그 기능을 알자마자 엄마는 더 이상 타이핑을 하지 않으신다.
그렇다고 문제 출제가 없어진 건 아니고, 유형이 조금 바뀌었다.
이는 비교적 정답을 맞히기가 쉬운데, 맞히면서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난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예를 하나 가져왔다.
아이폰 음성인식의 문제일까, 엄마의 발음 문제일까.
둘 중 무엇이든, 이렇게 종종 아무것도 아닌 일로 웃을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것 같다.
이런 사례는 정말 많은데, 전부 다 기록해두지를 않았던 게 글을 쓰다 보니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캡처해두어서 언젠가 또 이런 사례들을 브런치에 올려봐야지.
그러려면 엄마랑 톡으로 더 많이 대화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