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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Dec 24. 2022

계속해서 변화중인 요즘 사람들의 여행법

여행업계에 있으면서 더더욱 이제는 단기적인 여행을 다녀오는 일을 지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비행기를 타고 금요일에 갔다가 월요일에 도착하는 여행을, 나 역시 코로나 이전에 종종 해왔었다.

여행을 하기에 너무 접근성이 좋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잘도 나갔다 오곤 했는데, 내가 일상에서 물건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백번을 넘게 해도, 비행기 한 번 타버리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던 노력이 무산되어버린다는 것을 알고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가 않아 졌다.

안타깝게도 이런 마음의 결론은, 연차가 충분하지 않으니 퇴사 전까지 여행을 갈 수 없다는 것일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코로나가 끝난듯한 분위기 덕분에, 여행들을 참 많이 간다.

주변에서 잠시 나갔다 오는 모습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나, 아직까지는 그 결심을 유지 중이다.

10만 원대 괌 티켓에 한번, 20만 원대 방콕 티켓에 한번.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종종 흔들리지만 아직은 잘 참아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보게 된 책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사실 더 일찍 읽었어야 하는 책이었는데 시기를 놓쳐 이제야 펼쳐봤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관광 산업이 양적 성장과 오버 투어리즘을 동시에 불러왔다면, 이제는 세계 각국이 좀 더 ‘양질’의 여행자, 즉 오래 머물면서 로컬 문화를 존중하고 현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여행자를 유치하는 데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에 따라 원격근무와 여행을 한꺼번에 하려는 디지털 노매드가 여행 산업이 새롭게 주목해야 할 강력한 소비자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새로운 시장을 잡기 위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유럽 국가가 에스토니아와 크로아티아다.
에스토니아는 이미 국가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외국인이 자유롭게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전자시민권 제도 ‘이레지던시e-Residency’를 운영해왔다. 이어서 2020년 7월에는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빠르게 선보이며 전 세계 체류 여행자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으며, 2021년 상반기부터 크로아티아 역시 디지털 노마드 비자 제도를 도입했다. 코로나19 사태의 발생 이후 관광 목적의 외국인 입국을 전면 제한했던 크로아티아가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받은 외국인에게는 입국을 허용한 것이다.
두 나라의 비자 발급 조건은 비슷한데, 신청 전 6개월 동안 월평균 3,500유로(약 4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크로아티아와 에스토니아는 왜 일정한 소득을 올리는 외국인들의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걸까? 100% 원격근무가 가능한 업종은 IT 기술 분야인 경우가 많고, 해당 업종 종사자는 고소득자일 확률이 높다. 게다가 수입원이 국외에 있기 때문에 자국의 고용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소비 창출에는 기여한다. 그러니 세계 각국에서 고소득 원격근무자의 중장기 체류가 자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일과 여행을 함께 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여행지를 선택할까?
디지털 노마드 전문 블로그 ‘노마드걸’에서 디지털 노마드 비자 발급 국가 34개국 중 가장 매력적인 체류지 1위로 선정한 곳은 조지아다.
조지아는 ‘리모틀리 프롬 조지아Remotely From Georgia’라는 원격근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월 2,000달러 정도의 소득을 증명하면 최대 1년까지 머물 수 있다.
전 세계의 생활비 지수를 측정하는 눔베오 순위에 따르면 조지아는 139개국 중 125위로, 유럽의 어떤 국가보다도 저렴한 생활 물가를 자랑한다. 참고로 같은 순위에서 한국은 20위에 랭크됐다.
한 설문 조사에서는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의 수를 총 3,500만 명으로 추정하며, 그들이 체류지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생활비와 인터넷 속도를 꼽은 것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 밖의 주요 기준으로는 범죄와 환경 등의 안전 문제, 산이나 바다 같은 아웃도어 활동의 접근성, 비자 발급의 편의성 등이 언급됐다. 이를 토대로 체류형 여행자나 디지털 노마드에게는 유명 장소 위주의 관광 마케팅이 그다지 유효하지 않을 것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보다는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나라보다 더 나은 삶을 선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나라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정리해보면, 앞으로 뚜렷하게 나타날 여행 행태의 변화는 바로 ‘선택의 기준’의 변화다. 그동안 랜드마크나 문화 명소 등 소위 ‘관광 인프라’를 잘 갖춘 나라들이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었다면, 이제는 중장기 체류부터 단기 방문, 워케이션 등 다채로워진 여행 목적에 빠르게 대응하며 생활과 안전을 보장하는 나라들이 선택의 우선순위에 오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다들 이런 여행만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시간과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체류형 여행을 대부분 더 선호하리라고 생각한다.

현실의 여건과 타협을 해야 하기에 단기여행을 다녀오는 것일 테고, 그렇기에 매번 오는 길에 며칠만 더 있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언젠가 조지아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어서, 이렇게 보니 반가웠다.

언젠가는 가서 한 달이라도 살아봐야지 이번에도 생각만 해본다.


한국은 과연 외국인이 살고 있는 나라보다 더 나은 삶을 선사하는 곳일까?를 생각해보면 너무 그렇다고 생각한다.

넉넉한 체류비용만 있다면, 일하는 시간이 많은 국가이니만큼 거의 모든 시간 원하는 서비스를 누리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은 물론, 비자 발급 등의 공공행정 처리 속도도 어마어마하게 빠른 편이다.

안전하기도 하고, 나라가 작으니 원하는 관광까지의 이동거리도 짧은 편이고, 유일한 단점은 체류비용일 뿐인 나라가 아닐까 생각한다.

늘 생각하지만 돈 많은 외국인이 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라 같다.

같은 조건의 한국인이라면, 그래도 이 정서와 나름의 규율 등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 외국인이라면 대부분의 그런 것에서 자유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서른이 넘은 미혼 외국인에게 아무도 결혼여부를 묻지 않고, 과체중인 외국인에게 누구도 살을 빼라는 등의 말을 하지 않을 테니?


문화, 레저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일체의 활동을 의미하는 액티비티는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됐다. 여행에서 액티비티가 중요해진 것은 MZ세대가 여행 산업의 최대 소비자로 부상하면서부터다. 이들은 장소 위주의 관광을 ‘경험’ 중심의 여행으로 이동시켰고, 덕분에 액티비티 분야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세계 최대의 여행 커뮤니티 서비스 트립어드바이저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14년에 액티비티 플랫폼 비아터viator를 인수했고, 2016년에는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체험’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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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어드바이저의 2021년 2분기 실적을 보면 이 회복세를 분명히 알 수 있다. 트립어드바이저의 액티비티 분야를 포괄하는 ‘익스페리언스&다이닝’ 부문 매출은 6,800만 달러로, 2020년 대비 386%나 증가했는데, 전년 대비 매출 증가세가 가장 큰 카테고리다.


우리나라에는 외국에 진출한 투어/액티비티 플랫폼이 없다.

한국의 체험이나 액티비티가 외국인에게까지 보여지는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있어도, 서비스를 한국어로만 진행한다면 외국인의 입장에서 체험관광을 온전히 즐기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결국 언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게 참 진입장벽이다.

언어가 가능한 인력을 체험관광 직원으로 채용하기에는 각 업체마다 저마다의 환경적, 금전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영어가, 언어가 자주 문제라는 결론을 내본다.


‘아웃도어계의 에어비앤비’라고 불리는 캠핑카 공유 플랫폼 아웃도어시Outdoorsy는 RV 차량을 소유한 이들과 이를 대여해서 밴라이프에 뛰어들려는 여행자를 연결해 준다.
그런가 하면 캠핑 여행자들과 캠핑 장소 호스트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도 있다. 멤버십 회원제로 운영되는 하베스트 호스트Harvest Host를 이용하면 와이너리, 농장, 박물관 등 2,000여 곳의 특별한 장소에서 RV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이 두 업체의 공통점은 팬데믹 기간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밴라이프 열풍의 원인이 오직 코로나19 바이러스뿐인 것은 아니다.
이미 2018년부터 인스타그램에 관련 게시물 수가 350만 개를 넘어설 만큼 '밴라이프'는 엄청난 트렌드가 될 조짐을 보여왔다. 소셜미디어에서 밴라이프는 인스타그래머블리티instagrammability, 방랑벽wanderlust, 미니멀 라이프스타일 등을 간접적으로 상징한다.
통상적인 아웃도어 여행의 효용성이 자연과의 연결이나 탁 트인 해방감, 건강 증진과 같은 내면적인 가치라면, 밴라이프는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이 특별한 삶이나 일을 선택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온라인상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대중의 주목을 끌기 위해 선택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는 이미 유행인가 보다.

오늘 같은 날씨에 벤 라이프는 생각만 해도 몸살에 걸린 기분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저런 플랫폼이 있어, 벤을 타고 가서 머물 장소만 있다면 기꺼이 나서고 싶을 것 같다.

모든 곳을 밴 없이도 편하게 갈 수 있는 우리나라에 어울리는 여행은 아닌 것 같지만, 저런 낭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몇 달을 넘어 몇 년씩 머물러야 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 유행처럼 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맘껏 돌아다니기엔 기름값이 월세 못지않게 비싼 나라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인 책이니만큼, 내일도 아니지 내일은 크리스마스니까, 차차 관련 내용을 더 올려보기로 하며, 오늘은 우선 글쓰기를 멈춰야겠다.

케이크를 먹기로 한,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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