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월생 Dec 29. 2022

불경기와 당근마켓의 상관관계

"당근~!"

오늘 아침 아주 오랜만에 듣게 된 소리였다.

누군가가 나의 비움을 도와주겠다는 반가운 알림!

심지어 가격 네고를 시도조차 하지 않으신 좋은 구매자였다.

사실 요즘 같은 시기라면 착한 말투로 요청하는 네고에는 쉽게 응하는 편이다.

금리가 오르면 모순적으로 당근마켓의 물가는 낮춰야 함을 요근래 알았다. 그래야 그나마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문의가 매일 빗발쳤던 작년 혹은 재작년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줄어든 알람의 빈도에, 불경기임을 체감한다.

오르는 금리에 대출 이자를 거의 2배 가까이 내야 하고, 전기세 가스비 등의 세금 역시 더 내야 하고, 이에 따라 물가가 올라 생활비가 더 들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지갑을 닫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

우선은 덜 가난해지는데 집중하기로 말이다.


여하튼 그래서 요즘 내 당근 마켓은 알림이 뜸해졌고, 옷장에는 재고가 쌓여가는 중이다.

끌어올리기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가격을 낮춰도, 하트가 쌓여가도 실질적 판매는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나 역시 당근마켓을 구경하지 않은지 꽤나 되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걸까?

금전적 여유가 없어지니 운동을 혼자 하게 되고, 여행을 가지 않게 되고, 꼭 필요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소비를 멈추게 된다.

그럼에도 돈이 모이지는 않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여전히 먹고사는데 돈을 쓰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뭘 해 먹어도, 사 먹어도 너무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하루에 2끼를 먹음에도 그렇다.


얼마 전엔 아파트 안에 장이 섰길래 떡볶이 튀김 순대를 먹었는데 만원을 내야 해서 깜짝 놀랐다.

서서 먹는 떡튀순이 만원이라니!

물론 둘이 먹었으니 인당 오천 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양이 두 명이 먹을 양은 절대 아니었다.

혼자면 배부르고, 둘이 먹기엔 모자란 느낌?

대식가라면 혼자도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유하자면 프랜차이즈 떡볶이 집의 1인 떡튀순세트 같은 양이었달까?

아무튼 단지 내 요일장을 오랜만에 방문하곤 아주 놀랬던 기억이 있다.


물가가 무섭다는 말을 거기서 처음으로 몸소 실감했다.

돈 만원을 쓰는 일이 너무 쉽다.

한 시간을 일해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면, 나머지 의/주는 몇 시간을 일해서 해결하라는 것일까.

사는 게 점점 쉽지가 않음을 실감한다.

이 와중에 주휴수당이 정말로 없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걱정스럽다.

물론 찬반이 나뉠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시간과 돈을 치환해야만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집단의 입장을 고려해주는 게 정부의 일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겐 정말 생계가 걸린 문제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갔는데, 다시 당근마켓 판매자로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요즘의 당근 생활. 쉽지 않다.

물건을 아무리 잘 찍어두고, 가격을 낮춰봐도 유입 자체가 적으니 도무지 팔리지 않는다.

가격도 낮춰보고, 시기적절한 끌어올리기도 수차례 반복해본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전략은, 그저 물건을 최대한 얌전히 보관해두는 것.

이 불황의 시대가 끝날 때까지, 마치 잘 묻어놓은 주식처럼, 당근에 올려둔 물건도 잘 보관해두는 수밖에 없겠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슬프게도 말이다.


누군가는 이 경제혹한기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경제를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그럴 것 같다.

나아질 특별한 계기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호황기를 살았으면 불황기도 살게 되는 게 당연하다.

나 역시 당장 올겨울 난방비가 무섭고, 먼 길을 가기에 앞서 기름값을 걱정하지만 그래도 뭐 다른 방법은 없으니 걱정하며 살아야지.라고 하면 너무 ST 같은 생각일까?

어쩔 수 없는 일에 너무 많은 힘을 빼며 살고 싶지 않다.

이런 포기 같은 납득이 적어도 내 정신건강에는 더 이로우니, 오늘처럼 이따금 울리는 당근 알람을 기다리며 나는 이 불황기를 존. 버. 해보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매년 불완전한 새해계획을 세우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