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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Dec 30. 2022

무의미한 시간들의 힘

얼마 전 배우 김태리의 조언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취미에 관한 내용이었다.

취미 :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시간이나 돈, 혹은 두 가지 모두 소요되는 만큼 여력이 남지 않은 현대인들에게는 진입장벽이 있는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투자하시라는 말을 더하며 말이다.

본인의 경험에 의하면 취미를 통한 성취가 정신건강에 몹시 도움이 되더라고 했다.

틀에 박힌 루틴 속에서 작은 성취감들을 꾸준히 얻는 일은 살아가는데 정신 건강 측면에서 몹시 이로운 일이니, 바쁘겠지만 작은 취미를 통해 그것들을 가져보라고,

본인은 유튜브로 '3x3 큐브'를 배우는 중인데, 달그락달그락하다 보면 완성이 되는 그 순간의 작은 성취감이 너무 좋게 느껴졌다고 했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도움이 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하루에 아무 생각 없이 나를 잠시나마 즐겁게 해주는 어떤 일을 찾고 그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일을 하는 건 분명 행복해지는 일이라고.


공감했다. 사실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이유는, 무용하지만 스스로가 즐거워지는 일을 너무 많이 하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될 만큼 나는 나에게 그런 헛짓거리(?)들을 많이 허락해주는 편이다.

P의 특성답게 대단한 계획을 세우며 사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렇게 마냥 놀아 불안해지는 순간마다 운명론자가 되어버리는 회피 능력이 나를 계속 놀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덕분에 행복해왔기에 더더욱 무의미한 시간들의 힘을 믿는다.

다른 무엇에도 도움이 안 될지라도 내 정신을 이롭게 만든다는 것 자체로 무용한 일에 가치는 충분하다.

내가 나에게 그런 것들을 허락하는 순간 나는 내 시간도, 내 일상도 통제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성취감 까지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개인에게 이로운 시간일 게 분명하다.


새해를 맞이하기에 앞서 나는 내게 어떤 취미를 갖게 해주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중이다.

이왕이면 실생활에도 쓰임이 있고, 하면서 즐겁기까지 한 일석이조의 일이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그런 일은 찾기가 어렵다.

실생활에 유용한 일들은 대부분 하는 동안 대단히 즐거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파워포인트나 포토샵, 영상편집 배우기 등을 취미 삼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간 지켜봐 온 스스로는 그런 게 가능한 인간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말 무용한 라인드로잉을 하거나, 레고를 조립하거나, 물구나무서기에 도전하며 행복해하는 사람이었다.

문득 올해는 그간 늘 취미라고 이름했지만 결국에 챌린지가 되어버렸던 물구나무서기에 성공해야지(?) 생각해 본다.

한참 도전하다가 어느 날 쥐가 나서 두려움에 물구나무서기 자체를 잊고 살았었던 게 생각났다.

올해는 물구나무서기를 성공해 코어에 근육이라는 것을 만들어보아야지!

이건 내 삶에도 유용한 취미가 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하는 동안 승질이 나서 하루 10분 이상 몰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 취미라고 말하긴 어려우나, 딱히 다른 것도 아니기에 다시 한번 올해의 취미에 넣어둬야겠다. 취미를 넘어 특기가 될 수 있게 하루 10분씩 365일 동안 반복해 보기를!


때때로 손에서 일을 놓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쉼 없이 일에만 파묻혀 있으면 판단력을 잃기 때문이다.
잠시 일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고 보면 자기 삶의 조화로운 균형이 어떻게 깨져 있는지 보다 분명히 보인다. _레오나르도 다빈치

한가로운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다_소크라테스

우리는 휴식이란 쓸데없는 시간낭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휴식은 곧 회복이다._데일 카네기


취미에 시간을 쓰는 일이 문득 죄스럽게 느껴질 때면, 이처럼 대단한 사람들의 조언을 따르는 중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마음이 한결 자유로워진다.

그렇게 이틀 후 시작될 새로운 한 해에는, 이 글을 보는 모두가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취미를 통해 본인의 생에 성취감과 즐거움을 더하길 응원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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