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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Mar 05. 2023

아무것도 안 했는데 연봉이 줄었다

2022년 연봉인상률 1.4%.

2022년 물가상승률 5.1%.

2023년 연봉인상률 1.7%.

2023년 물가상승률 3.9% 전망.


이 수치에 따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연봉이 줄어버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세금인상률까지 반영한다면 나의 실질임금은 더 높은 퍼센티지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굳이 수치화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돈이 안모이네?'를 넘어, '이렇게(절약하며) 살았는데, 이런 카드값이 나온다고?' 하는 생각을 월말마다 하고 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65세가 보장된다는 이유로 나의 현직장을 안정적이라고 해도 될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 3.6%에서 오르기 시작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5%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통계의 함정일까?

내가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은 적어도 20% 인데 말이다.

오이, 파, 애호박은 코인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급상승했으며 여전히 변동이 심하고, 세일할 때 개당 400원대로 사 먹던 기억이 있는 진라면은 이제 개당 716원이 되었다고 한다.

외식은 말할 것도 없다.

2021년이나 2023년이나 내 월급 실수령액은 10만 원도 차이가 나지 않는데, 소주값은 3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라버렸으니 내 생활비에 타격이 없을 수가 없어진 것이다.


이런 고물가시대는 퇴사를 고려하던 내게 또 하나의 이유가 되어주었다.

이런 시기일수록 어디라도 소속되어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벗어나기를 선택했다.

적어도 물가상승률보다는 비슷하거나 높은 인상률이 반영되는 직장을 갖거나, 빨리 다른 일을 시작해 적어도 물가상승은 대비할 수 있는 수입을 창출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65세를 보장하는 지금의 직장을 그만둔다는 걸 엄마아빠를 제외한 집안의 어른들은 납득하지 못하신다.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냐고 만류하신다.

'그 좋은 직장이, 인플레이션을 만나 저를 점점 더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니까요???' 하는 마음의 소리는 묻어두고, 다른 가족들에게는 퇴사가 아닌 휴직이라고 말씀드리기로 했다. 

그렇게 하기로 엄마 아빠와 합의(?)를 끝마치기도 했고, 휴직이라는 대답이 퇴사보다는 꼬리질문이 덜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65세라는 건 90년대생인 내게 메리트가 없는 옵션이다. 

솔직히 이대로라면 그때까지 지구에 인간이 살아있을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존재할지, 나의 직장이 대한민국의 공기업으로 존속하고 있을지. 뭐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또 무엇보다 이 일을 30년 이상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번생은 벌써 너~무 지겹고 재미없다.


"인생 다 각자 걷는 거지요"라는 드라마 [미스터선샤인] 대사를 되뇌며 당분간은 혼자 걸어보고 싶다.

내게 2023년은 왜인지 그런 해다. 

퇴사라는 방향으로 지금의 소속에서 '똑' 떨어져 나오기를 선택한 이 시점에 마주하는 인플레이션은 내 삶에 어떤 의미로 반영될지 궁금하다.


이 글을 쓰면서 느낀 건데 문득 내 삶이 궁금해졌다는 사실이 맘에 든다.

직장을 다닐 때는 내 삶이 예측가능해서 좋았는데, 그랬던 마음이 6년을 못 가고 다시 궁금해지길 원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나는 30년을 더 이곳에 다니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변화무궁한 인간이지 싶다.


궁금함을 그저 궁금함으로, 무책임하게 놔두지 않아야지.

책임감 있는 자세로 내 삶을, 2023을 대해볼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2023년의 수입이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도록 애써볼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 직장의 사람들도, 이 글을 읽는 자신만의 하루를 잘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지금의 시대를 잘 지나 보내길 응원하며, 오랜만의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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