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021년 | 한국
넷플릭스
*스포일러 포함
한줄요약 : 대한민국의 개방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15세 관람가 영화
엄마와 함께 이 영화를 봤다.
65년생 엄마는 영화를 보다 말했다.
"요즘 진짜 저래?"
나는 대답했다.
"엄마 이 영화가 15세 등급을 받았잖아. 이게 요즘 한국 사회의 개방성이야"
엄마는 다른 어떤 설명보다 이 영화가 15세 등급이라는 것에, 변한 세상을 실감한 듯했다.
하지만 나 역시 영화를 보며 조금은 의문이었다.
15세가 이 영화를 이해할까? 아니 그보다 15세는 이런 사랑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은 꼰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25세에도 35세에도 이런 방식의 연애는 위험하다.
어플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손석구 같이 생겼을 리도 없지만, 그가 맡은 영화 속 인물 '우리' 같이 순한 캐릭터이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뉴스들이 그 방증이 아닐까?
영화는 데이팅 어플에서 만나게 된 두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서른셋 칼럼니스트인 주인공 '우리'는 호구당하는 연애에 익숙하다.
원하지 않는 19금 칼럼을 떠맡게 된 것을 계기로 소제를 찾고자 데이트 어플에 가입한다.
여자주인공 '자영'은 일도 연애도 맘처럼 되지 않는 시기에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을 이유로 데이트 어플에 가입하게 된다.
본명도, 진심도 전부 숨긴 상태에서 그저 외로움을 달래는 목적으로 사람을 만나기 위해.
하지만 의외로 너무 잘 맞는 두 사람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를 만난다.
누구 하나 진심을 털어놓지 않아 연애도 썸도 아닌 복잡 미묘한 사이에 놓인 두 사람은, 결국 솔직하지 못했던 서로의 시작을 계기로 멀어지게 된다.
물론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일이 다 잘 해결되는 한국 로맨스 영화 특유의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기에 기분 좋게 영화 관람을 마칠 수 있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뭘까?
사람이 만날 때는 늘 진심 이어야 한다는 것?
내가 누군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오히려 솔직한 시간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사랑이 시작될 때 상대의 인적사항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
고민해 봤지만 여전히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 영화의 메시지 중 하나는 스물아홉 여주인공이 친구들과 말하는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다.
사람 만나기 쉽지 않다는 것, 관계는 정말 어렵다는 것.
좋은 사람과 좋은 만남을 갖는 건 그럼에도 여전히 늘 원하게 되는 일이라는 것.
여주인공 할머니가 한 말도 인상 깊었는데, 손녀의 ‘자기는 언제 인생에서 주인공 해보냐’는 투정에, "오늘은 좀 주인공 같네. 주인공도 해보고, 엑스트라도 해보고, 조연도 해보고 그렇게 사는 게 재미지."라는 현답을 내놓으신다.
뭐든 되어봐야 재밌는 인생이라는 말이, 주인공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로 다가갈 것 같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배우고 싶었던 건 여주인공의 오지선답 질문.
매우 재밌다, 재밌다, 보통이다, 아니다, 매우 재미없다 를 말로 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건강검진 문진표에서만 보던 걸 말로 들으니 참신하고 좋아 보였다.
대답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오지선답을 건네는 그 배려(?)가 말이다.
이 영화처럼 모든 2030의 연애가 솔직하고 당차고 거침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수위의 영화가 15세 관람가로 책정된 것을 보면 세상이, 특히 우리나라가 많이 달라지긴 했구나 싶다.
나 역시 65년생 엄마와는 달리 주인공끼리 나누는 대화의 수위가 그렇게 못 나눌 대화라고는 생각하지 않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번 주말, 시원한 실내에서 맛있는 걸 먹고 배부른 상태에서 혼자 보기 딱 좋은 영화이기에 추천하며, 영화 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