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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Apr 10. 2023

누구의 어떤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은지에 대한 대답

출국 당일 밀리의 서재 에디터 클럽 1기에 선발되었다.

선발되자마자 미션이 주어졌는데, 기한은 4월 11일까지였다.

어쩐지 짐이 7kg이 넘으면 안 되는 이 동남아 배낭여행에 노트북을 굳이 챙기고 싶더라니.

더운 동남아가 더욱  덥다는 이 4월에 내내 걷다 호텔로 들어오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틈틈이 생각해서 써야 했다.

지원하면서 내가 적어낸 말이 있는데, 이제와 딴소리를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브런치에 먼저 적어보는 밀리의 서재 에디터 클럽 1기의 첫 번째 미션.

[출간플랫폼 '밀리로드'에서 보고 싶은 출간 아이템 제안하기]

밀리로드는 누구나 글을 쓰고 독자의 선택을 받으면 책이 만들어지는 서비스 라고 한다.

브런치와 유사한 듯 하지만, 글을 모으는 플랫폼이 아닌 출간이 주 목적인 플랫폼이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독자들의 선택을 받으면 책이 되는 연재라는 의미에서는 오히려 웹툰이나 웹소설 사이트와 더 비슷한 것 같기도?


아무튼 그곳에서 누구의 어떤 이야기를 연재로 만나보고 싶은지를 제안하라는 것이 밀리 에디터 클럽 1기의 첫 번째 미션이었다.


이 미션을 보자마자 '누구나‘라는 키워드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첫 번째 제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사람들]의 이야기.

절대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일을 받아들이고 그다음으로 나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예를 들면 넷플릭스의 영화 [펭귄블룸] 같은 이야기를.


잠시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해당 영화 속 주인공 가족은 단란하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세 아이로 이뤄진 다섯 식구는 세상 남부러울 것 없이 도란도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다섯 식구는 휴가를 위해 태국으로 놀러 가고, 그곳에서 전망을 보러 오라는 큰아이의 손짓에 따라 테라스에 올라간 엄마 '샘'은 해당 장소에서 추락사고를 당하게 된다.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 마비라는 결과를 마주하게 된 샘.

영화 속 샘은 단순히 다리를 못쓰는 불편함을 경험하지 않는다.

더 나은 행복과 발전을 추구했던 인간이, 그 모든 다음을 멈추고 당연했던 일들에, 그러니까 화장실을 가고 씻고 먹는 그 모든 일을 다른 방식으로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며 겪는 자괴감을 마주한다. 

그런 것조차 뜻대로 해내지 못할 때마다 자신의 쓸모를 의심하고, 무력감을 마주하며 절망한다.

자신을 살려낸 남편에게는 이렇게 살아나느니 죽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말을 할 만큼, 그녀는 하반신 마비인 자신의 삶을 끔찍하게 여긴다.

남아있는 앞으로 같은 게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좌절감에, 자신은 물론 주변 가족들까지 놓아버리는 모습을 보이는 샘.

그러던 어느 날 샘의 가족에게 우연히 다리 다친 까치 한 마리가 찾아온다. 가족들은 그를 돌봐주기로 결정하지만, 샘은 반대한다. 다리를 못쓰는 모습이 자신과 닮아있는 까치의 존재가 달갑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가족들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며 누구보다 가까이서 까치 '펭귄'의 노력을 보게 된다. 그 작은 새가 다시 다리를 쓰기 위해, 날기 위해 온 힘을 쏟는 모습을 보고는 이내 자신도 무언가를 해보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실화 기반이며 결국 해피앤딩이다. 

엄마 역시 까치처럼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해 보기로,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카약을 시작하고, 배와 한 몸처럼 자유로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한 그녀는 결국 카약 선수로 거듭나 세계 선수권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행운이 그렇듯 불행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한순간 어떤 사람의 삶 전부를, 아니 그 주변사람들의 삶까지 통째로 바꿔놓는다.

이 영화조차도 실화를 기반으로 했을 만큼, 하루에 일어나는 수많은 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결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현실을 살아봤거나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비단 물리적인 사고가 아닌 보이지 않는,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동굴을 지나왔거나 지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독자의 선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마주한 어마어마한 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나아가길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렇게 천천히 평안을 되찾거나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님을 넘어, 끝이라고 생각되던 그 순간에도 다음이 있더라는 이야기가.


어떤 순간에도 그다음이 있음을 믿고 나아갔던 분들의 경험과 용기가 책이 되어 더 널리, 더 많이 공유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걸 읽게 된 사람들이 그전보다 스스로를 조금 더 믿게 되길, 비슷한 용기를 가져보거나 희망 섞인 앞으로를 그려볼 수 있게 되길 말이다.

그런 것들이 책의, 이야기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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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만 제안할까 하다가 개인적인 바람을 담아 하나 더 제안하기로 했다.

'만나보고 싶은'이라는 키워드에 초첨을 맞춘 [#단 한 사람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사심이 듬뿍 들어간 제안이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이분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만나보고 싶은 이야기는 화재의 드라마 '더글로리'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이기 때문.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아닌 진짜 그 캐릭터들의 이야기. 

그래서 단 한 사람 '김은숙 작가님'만 해줄 수 있는 이야기 말이다.


같은 드라마의 캐릭터를 보면서도 사람들은 해당 인물에 의도, 목적, 숨은 뜻 등을 각자 다르게 생각한다.

드라마 속 캐릭터는 인물이니만큼 그들의 행동에는 의도와 목적이 있을 테지만, 이는 작가만이 알 수 있다. 

때문에 인기 드라마의 시청자들은 '작가 피셜'이라는 인터뷰들을 모아 모아 해당 인물의 진짜 의도를 파악해나가기도 한다.

진짜 사람도 이해와 오해를 모두 받는 세상에서 드라마 캐릭터의 말과 행동 역시 당연하게도 그렇다.

때문에 한정된 대사와 러닝타임으로 인해 각 캐릭터들이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통해 작가님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글로 더 자세하게 연재되었으면 좋겠다.

너무나도 크게 화제가 된 작품이니만큼 등장인물들의 생각, 마음, 의도 그리고 앞으로의 나날들을 추측하는 것을 넘어, 분명하게 읽고 싶은 시청자 및 독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어쩌면 내가 제일 그런지도 모르겠다 :)

이런 이유로, 두 번째 제안 아이템은 김은숙 작가님 단 한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나만 아는 더글로리


이렇게 두 가지 제안을 미션으로 제출하려고 한다.

라오스의 호텔에서 이런 글을 적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역시 마감기한은 사람을 무슨 수든 쓰게 만든다.


#밀리의서재 #밀리에디터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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