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평온하길 바라는 마음

허규형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과 시선]을 읽고

by 이월생

유튜브 채널 [뇌부자들]로 알려진 정신의학과 전문의 허규형 님이 쓴 이 책을, 밀리의 서재 에디터 클럽 활동 덕분에 읽어보게 되었다.

책은 의료현장에서 내담자들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이런 케이스들이 정신과를 방문하며, 이런 경우 이런 해결책을 적용시켜 볼 수 있음을 안내한다.


이 책의 원 제목은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과 시선]인데, 책의 내용과 제목이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책이 담고 있는 매력 전부를 드러내지는 못한 제목처럼 보였달까?

제목을 포함한 전체 내용을 개작해 출간예정이라고 하는데, 새로운 후보 목록에 있던 제목 중에는 개인적으로 [일상이 버거운 당신을 위한 심리학]이 제일 내용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제목을 정할 수 있다면 [마음의 병이라는 착각]으로 할 것이며,

책 띠지에 적힐 한 줄 카피로는 ['마음의 문제'도 '내 문제'도 아닌 '뇌 문제'이다]를 선택하고 싶다.


우울감 외로움 불안 등의 정신과적 질환은 뇌의 문제가 아닌 정서의 문제로 취급된다.

그래서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차라리 보이는 곳이 아프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고 한다.

더 마음 편하게 아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그 이유다.

다리가 다쳐 목발에 의지하는 사람에겐 그 누구도 의지로 걸어보려는 노력을 해보라고 말하지 않지만,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는 힐책을 서슴없이 건넨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안에서 아픔을 드러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우니, 치료가 더디고 어려워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뇌가 우리의 모든 정신 과정에 작용한다고 본다.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에 모두 뇌가 관여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뇌 영상을 촬영하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정신질환들에 뇌의 어떤 부분들이 관여하고 있는지가 밝혀지고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 확인할 수 있으며 우울증에 걸렸던 사람이 회복됐을 때 뇌 영상에서 활동이 회복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서도 통증 자체가 스트레스 반응으로 작용해 뇌의 기능에 기능에 변화를 줄 수도 있고 면역, 염증 반응을 일으켜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연구들이 과학적으로도 밝혀지고 있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여전히 마음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인식이 변해야 한다.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정신과적 증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안겨줄 수 있다.
마음의 문제는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고 개인의 의지나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신질환은 마음의 문제를 넘어 뇌의 문제임을 말하고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는 분명 다르게 작용한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통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을 이해받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비난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극복해야 할 아픔을 마주한 사람들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적어지길 말이다.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려는,

아니 오해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한다면 모두가 함께 평온해지는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끝으로 이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공유하며, 이 글을 끝맺는다.


병원에 와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그만큼 지금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아플 때는 목발에 충분히 의지하고 다친 다리로는 걷지 않는 것이 빨리 나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정서적인 고통도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나아지면 자연스럽게 덜 의지하게 된다.
늘 하던 대로 상대가 일을 처리하지 않는 경우 답답해서 화가 치민다.
상대방에게 본인의 뜻을 지시하고 그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화를 내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나 더 답답한 것은 당해야 하는 상대방이다.
지금까지 본인에게 맞는 방법으로 적응하며 아무런 갈등 없이 살아왔기에 바꾸기가 쉽지 않고 바꿀 필요도 없는데 강요를 당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사회적 관계에서 번번이 그리고 심하게 분노를 느낀다면, 어떤 형태로든 자신에게 해로 돌아옴을 생각해야 한다.
번아웃은 졸음운전과 비슷하다.
운전 중 졸릴 때는 휴식을 취하고 잠깐 눈을 붙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무기력증의 가장 좋은 치유법은 휴식으로 넋을 놓은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어떻게 하면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뭘 하면 좋을지를 질문한다.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하고 싶은 것이 생길 때까지 그냥, 무조건 쉬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그 어떤 해답보다 쉽고도 현대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방법일지 모른다.
그러나 안간힘으로 졸음을 견디려고 애쓰며 운전했을 때 벌어지는 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몸과 정신은 긴밀하고 그렇게 전달된 신호는 진솔하다.
플라시보(Placebo)는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라는 라틴어다.
단어의 의미 그대로 기쁨과 믿음을 주면 만성질환에 치료효과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은 정신건강이 육체의 건강과 직결됨을 증명해준다.


#밀리오리지널 #심리 #뇌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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