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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May 20. 2023

[읽는 넷플릭스]_돈룩업

#6

2021년 | 미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포일러 포함

한줄요약 :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재난은 인간의 무지와 무감각함이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 중 개인적으로 가장 여운이 길었다.

코미디로 분류되는 영화이지만, 이걸 보고 나면 결코 웃기만 할 수는 없었던.


출연진부터 화려한 이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와 담당 교수 민디는 태양계 내의 궤도를 돌고 있는 행성이 지구와 직접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는 이야기다.

원래의 영화 같으면 이걸 알리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사건으로 다뤄지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다 함께 모여 범국가적 방법을 찾아낼 텐데 이 영화는 그런 식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6개월 후 에베레스트 크기의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리지만, 지금 당장의 가십들에 밀려 해당 사실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자, 케이트와 민디교수가 세상에 제발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언론사들을 돌며 지금 벌어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지만, 국가나 방송사는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의 이야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혜성의 충돌까지 고작 6개월이 남았을 뿐인데, 그것보다 다른 일들을 더 중요시 여기는 인간의 오만함으로, 결국 세상은 파국을 맞게 된다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민디교수와 케이티가 혜성 충돌 사건을 알리고자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있지만, 한결같이 모두 몹시 멍청하게 그려진다.

아무리 영화이지만 사람들을 저렇게나 무지하게 표현해도 괜찮을지 걱정이 될 만큼이나 말이다.

대통령도 백안관 사람들도 이 재난을 자신들의 정치에 이용가능한지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대중에게 알리는 쪽이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는 알리고, 반대의 경우라면 묵살시킨다.

다른 것도 아닌 지구의 멸망이 달린 문제조차도 선거에 정치적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있으면 묵살되는 것이 현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영화를 보면서도 아찔했다.

정계의 의견에 따라 언론 역시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를 결정한다.

영화 속 언론은 정계의 의견에 따라 혜성 충돌이라는 사건을 그냥 우스운 가십으로 다룬다.

사태의 시급함을 호소하는 흥분한 케이티의 모습은 그저 밈으로 소비된다.

대중은 사건의 중요성을 분별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그려진다.

언론이, 아니 정치가 웃으라면 웃고 믿지 말라고 하면 믿지 않는다.

하늘만 보면 보이는 것조차 외면한다.

어쩌면 제목 [돈룩업]은 세상을 조종하는 이들이 대중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위를 보지 말고, 보려고도 하지 말고 눈앞에 있는 것들만 보면서 그냥 그렇게 살다 가라고.

자신들이 위에서 무언가를 내려 보내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것들을 소비하고 받아들이며 살으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영화에서는 이걸 끊임없이 풍자하고 있으니 말이다. 


기존 재난영화들이 자연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보여주고 있었다면, 이건 거기까지 가지도 않는다.

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이겨내지 못하는 게 아니라, 멍청하게 놀아나가다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당하게 되는 이야기.

무력함보다 무서운 무감각함에 대한 이야기였다.

요즘 세상이 말세라는 것을, 정말 미쳐 돌아간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

다른 어떤 재난영화보다 무섭게도 현실적이었다. 그냥 멍청하게 있다가, 멍청하게 죽는 이야기가 말이다.

SNS의 짧은 영상들이 주가 되며, 모든 것이 캐주얼하고 가볍게 취급되는 요즘이라서 이 영화가 그저 영화이구나 생각되지 않는다.

당장 6개월 후에 행성이 온다고 하면, 우리는 탑스타들의 연애설에 무감할까? 그저 짧은 영상들로 하루하루를 소비하는 일을 멈출까?

사람을 가장 큰 재난으로 그리고 있어서 다른 어떤 재난 영화보다 오히려 더 현실적이게 느껴졌던 영화 [돈룩업].

결국 결과를 바꿀 수 없음을 알고 민디 교수와 케이티는 소중한 사람들과 식사를 하며 혜성 충돌을 마주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쿠키 영상에서는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냉동 인간 상태로 다른 행성으로 넘어가, 그 행성의 생명체에게 공격을 당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그 마무리까지도 현실적이라고 생각되었다.


사람들을 생각하기보단,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먼저인 기득권.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언제고 몇 번이고 선동되는 대중들.

사람들의 안전을 담보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

영화에서 그린 이것들 중 어느 하나 현실과 다른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웠다.


사실 나는 오늘로 두 번째 관람인데, 한번 더 보니 또 새로웠다.

짧지 않은 영화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드는 영화이니 추천하며 읽는 넷플릭스에서의 소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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