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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May 22. 2023

기러기 아빠 말고 기러기 딸

급하게 적어보는 밀리 에디터 클럽 미션 관련 글.

4번째 미션은, 밀리의 서재 출간플랫폼 '밀리로드'에서 작품 1개를 골라 해당 작품이 종이책으로 만들어졌을 때 표지를 구상해 보는 것이었다

보자마자 밀리로드에서 읽었던 [기러기딸]이 생각났다.


2013년 기준 기러기가구의 수는 115만에 달했다고 한다.

기러기 아빠들의 수많은 기러기 딸들이 그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관한 에세이였다.

기러기 아빠의 관점은 뉴스를 보며 종종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지만, 그 가족들의, 자식의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외국 생활의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하며, 때론 외롭다는 것을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담담하게 하지만 구체적으로 적어둔 글이 인상 깊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어린 시절 유학 경험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나는 12살에 혼자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다녔다. 
12살.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방법을 완전히 배우기 전에 만나진 한국 어린이와 외국 어린이는 친구가 될 수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했다.

워낙 무관심하고 무심한 성향 탓에 받은 상처들을 전부 기억하지는 않지만, [기러기딸]을 읽으면서 '맞아 나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었지' 떠올릴 수 있었다.

그저 재미있었어서 모든 일이 미화되어 지금까지도 조기유학을 적극 추천하는 입장이지만,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성향에 달려있지 싶다.

안 그래도 친구가 전부일 나이에, 정말 성향도 외로움을 많이 타고 주변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아이라면 유학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너무 예전이라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어린이들의 솔직한 반응을 날 것으로 마주 해야 했던 경험은, 영어를 잘 배워가야 한다는 부담감 이외에 극복해야 하는 또 다른 무언가였다.

단순히 교우관계 같은 게 아니라 끊임없이 나 혼자만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같은 것?

결론적으로 나는 그곳에서 성격이 180도 바뀌어서 돌아왔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편이었다던 나는,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곳에서 원하는 바를 큰소리로 잘 말하는 아이가 되어왔다고 한다.


아무튼,  전부 연재되지는 않았지만 [기러기딸]을 읽자마자 떠오른 표지 디자인은 이렇다.
그림에 재주가 없어 글로 설명하자면, 표지를 이분할해서 오른쪽에는 서울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날고 있는 기러기를, 왼쪽에는 캐나다 학교를 배경으로 날고 있는 기러기를 그리는 것.
AI에 그려달라고 요청해 봤는데, 마음 같은 그림을 그려주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이렇게 말로 하는 설명으로 대신해 본다.

밀리로드라는 플랫폼의 취지는 좋다고 생각되지만, 밀리의 서재에 이미 완성도가 뛰어난 책들이 충분히 많이 있어 개인적으로 초반 몇 번을 제외하고는 잘 들어가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책이 될 글을 모으고자 하는 플랫폼이라면, 보다 전문적인 심사를 거친 글들이 올라오는 형식이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목에 이끌려 들어가서 글을 읽기 시작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엄청 매끄러운 편은 아니었다.
또 완결본의 아닌 책들은 읽다가 끊기게 되는 부분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밀리로드도 이제 시작이니 차차 나은 방향을 찾아가기를 응원해 보며, 네 번째 미션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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