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배낭여행_7
비엔티안에도 라오스에도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다.
다만 나는 툭툭을 바가지 없이 타는 일을 성공한 적이 없는 관광객으로서의 후기를 남길뿐이다.
어쩌면 비엔티안에 도착했을 당시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진이 빠진 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팍세에서 슬립 하는 게 불가능했던 슬리핑버스를 타고 오전 10시 비엔티안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태국 우돈타니에 가는 표를 예매할 계획이었지만, 그건 옆에 있는 다른 터미널이라고 했다.
당시의 컨디션으로는, 배낭과 함께 5분도 이동할 수 없다는 결론에 호텔부터 가기로 했다.
라오스 터미널에서 시내 호텔까지 가는 일정에 여행에서의 가장 힘든 흥정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모른 채.
캄보디아와 달리 라오스의 사람들은 우선 웃음이 많지는 않았다.
수도의 사람들 이어서일까?
악명 높은 비엔티안의 툭툭 요금에 대해 들어왔지만, 경험해 보기 전에 선입견을 갖고 싶지는 않았다.
시내까지 15분 정도의 거리에서 8명의 툭툭기사가 강력하고 확신 어린 어조로 내게 20만 낍을 말하기 전에는 말이다.
처음엔 터미널에 근접한 곳이라 그러는 줄 알고 500m가량 모든 말을 무시하고 걸었다.
하지만 500m를 걸었음에도 요금은 달라지지 않았다.
20만 낍이면 15000원이다. '에어컨도 없는 툭툭이 15분에 만오천 원~?'
"그래? 그럼 걸어갈게"라는 말이 최악의 몸상태에서도 절로 나왔다.
호텔까지 5만 낍 이상은 주지 않겠다는 나의 단호함은 라오스의 툭툭 기사 못지않았다.
무슨 액수를 말하든 5만 낍을 말했다. "5만 낍 오알 바이"를 외치며 계속 걸어가니 어떤 아저씨가 고개를 절레절레하면서 에잇 타! 오만 낍에 타라고! 를 외쳤다.
예~ 하면서 탔는데, 동행툭툭 요금이었는지 얼마 가지 않아 현지인 1명이 합승했다.
나와 거의 비슷한 곳에 내리면서 내가 내는 요금의 반도 안 내는걸 분명하게 봤다.
5만 낍도 외국인 전용 요금이었나 보다.
그 이후 호텔에서 LOCA라는 택시앱을 통해 불러준 택시를 제외하고, 정상적인 요금으로 툭툭을 타게 된 적은 없었다.
택시는 일반차량으로 운행되기에, 무엇이 택시인지 알 수 없어 잡을 수 없었고 툭툭은 물어보면 가는 곳이 어디든 시작이 5만 낍이었다.
고작 하루 반을 머물 거라는 이유로, 자전거 투어를 계획했다는 이유로 라오스의 택시 어플에 가입하고 싶지 않아 LOCA 앱을 다운받지 않았는데, 그 대가로 3분 거리도, 5분 거리도 5만 낍을 내야 했다.
너무 덥고 지친 와중이라 그들의 일관된 관광객 전용 기본요금 제도에 화를 내면서도 3번 정도는 당해줘야 했다.
그런 툭툭을 타고 보러 간 것들이어서인지, 도착한 장소들도 대단히 만족스럽지 않게 느껴졌다.
고작 이런 걸로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지만, 사소하기 때문에 더 얄밉게 느껴졌다.
여행의 기쁨이 훼손당한 느낌이었다. 내 기분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국가 이미지도 훼손시키는 중이라는 사실을 부디 인지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오래 그런 기분이어 봐야 나만 손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기에 즐겁게 사진은 찍고 왔다.
절이 이렇게 이쁘다니.
웨딩촬영까지 하고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걸 보는 순간만큼은 툭툭 바가지요금을 잊었던 것도 같다.
색감이 너무너무 평화로웠다.
라오스 건물의 색은 다채로웠다.
파스텔톤이 특히 많다고 생각했다.
건물 간의 사이도 멀어 모든 건물이 따스한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절과 공원 그 어디쯤인 공간이었다.
사진으로 보는 게 더 평화로운 편이다.
왜냐하면 저곳에는 많은 생물이 사진만큼이나 평화롭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저 길에 닭도 다니고 이름 모를 수십 개의 벌레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 매력적인 수박 의자에도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비엔티안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라고 한다.
195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찾은 뒤 독립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다고 하는데, 이를 프랑스식 신고전 양식으로 디자인했다는 점이 조금은 의아하게 느껴졌다.
우리였다면 조금 더 민족적인 디자인의 건축물을 지었을 텐데 싶었다.
독립문 안쪽에는 커다란 분수대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한강처럼 현지인들은 그곳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노는 듯 보였다.
적어보면 좋은 추억이 많은데 너무 비엔티안의 툭툭 요금 이야기를 길게 썼나 후회가 되지만,
당시 쓴 일기에도 온통 그 이야기뿐인걸 보면 내게 가장 인상적인 사건이 그것이었던 것이 틀림없다.
굳이 좋은 이야기만 쓸 필요 없는 여행 후기니까, 부담 없이 한번 더 남겨본다.
우리나라 택시 요금보다 비싼 비엔티안의 툭툭을 타고 왔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