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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May 31. 2023

이해받고 있다는 기분이 필요한 날

오늘의 책은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브런치에 연재될 때부터 읽어보았는데, 오늘 문득 다시 읽고 싶어 꺼내보았다.

처음 이 책을 만났던 그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는 책이 되어있어 더욱이 반가웠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이 책으로부터 받았던 것과 비슷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인공 영주가 휴남동 서점에서 나눠주는 좋은 사람의 기운, 그리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을 말이다.


자로고 자기가 어디쯤에 서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걱정할 필요 없는 법이거든요.

정서라는 캐릭터의 이런 위로가 좋았다.

늘 어떤 일을 왜 하는지는 알고 하자고 의식하며 사는 편인데, 때때로 반복에 매몰되어 버리는 날들이 있다.

그런 날의 나는 아마도 스스로를 혹은 누군가를 걱정시키겠지?

나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더더욱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어디쯤에 서있는지 자각하며 살아야겠다.


민준은 이제 그만 흔들리기로 했다.
흔들릴 때 흔들리기 싫으면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꼭 붙잡으면 된다는 걸 배웠다.

삶을 갈아 넣은 후에 최고라는 찬사를 받아서 뭘 하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민준은 지금 자기가 신 포도를 포기한 여우가 된 건가 싶었지만, 아니라고 결론을 냈다.
목표점을 낮추면 된다. 아니, 아예 목표점을 없애면 된다.
그 대신 오늘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거다.

흔들릴 때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꼭 붙잡으면 된다는 저 발상이 좋았다.

'나도 흔들릴 때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 꽉 붙들고 있으면 되겠구나' 기꺼이 흔들릴 자신이 생겼다.

삶을 갈아 넣은 후에 받는 최고의 찬사가 무의미하다는 저 생각에도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스스로가 어떤 결과에 닿아 행복하기보단, 그곳까지 가지 않아도 좋으니 애쓰는 모든 과정을 행복하게 지나 보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을 사랑했어요. 제 방식으로는 분명히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사람보다 제가 더 소중해졌어요.
그 사람을 사랑하느라 내 삶을 포기하기보다는 사랑을 포기하고 내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제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지금의 삶의 방식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언제라도 나 자신을 위해서, 내 삶의 방식을 위해서 또 사람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에요.
곁에 두기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책을 읽으며 남편을 떠나는 주인공의 방식이 너무하다고 생각이 들긴 했다.

영주의 행동에 '나는 곁에 두는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드는 인간이구나' 생각하게 되었다는 상대 입장을 읽고는 더더욱.

그러나 이해는 되었다.

대부분이, 아니 아마도 누구나 어떤 결정 앞에서는 자신을 가장 최우선에 두게 된다.

이타적인 선택마저도 결국, 스스로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이타심이 이기심에서 기인한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결국 '나'를 위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기에, 세상은 공평한 건지도 모르겠다.


승우는 지금껏 사람에게 상처 한 번 주지 않은 사람을 만나본 적 없었다.
승우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연애를 할 때마다 승우는 늘 상대에게 상처를 줬다.
늘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승우 역시 상처를 받았고, 승우 역시 상대방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누구나 다 이런 삶을 산다.

누구나 다 이런 삶을 산다는 것. 이런 공감을 얻으려고 나는 책을 읽는 것 같다.

어떤 문장을 보고 내가 하는 생각을 해당 책의 또 다른 등장인물이 한다는 건,

책의 작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거나, 하는 사람을 곁에 뒀다는 말일 테니까.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뭐라고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소설이다.

등장인물도, 인물들의 상황도 다채롭고 다양해서 왜인지 실화 같다.

마치 정말 휴남동이라는 동네에 저런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독립서점을 다니는 것을 좋아해 언젠가 돈이 아주아주 많으면 서점이라는 공간을 가져보고 싶었는데,

서점 주인인 주인공 영주 덕분에 간접적으로 서점 운영을 경험해 본 기분이었다.

여전히 이 꿈은 유효하다.

나도 언젠가 서점을 운영하면 나만의 언어들을 가득가득 적어놓은 책장을 가져야지.

그러려면 얼른 더 바삐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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