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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Feb 21. 2022

한 달간 주 3일 무지출을 시행해본 결과

의외로 효과적인 소비통제 방법

2022년 1월 1일부터 매주 3일간은 지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까 7일 중 3일은 커피가 마시고 싶어도, 야식이 먹고 싶어도, 품절이 임박한 상품이 있어도

참아보는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


1월 1일부터 시작된 새해 프로젝트이니만큼 일주일 단위가 아닌 7일 단위로 날짜를 끊었다.

달력에 동그라미(O)와 가위표(X)로 지출 여부를 표시했다.

무엇을, 왜 샀는지와 상관없이 카드를 썼다면 예외 없이 동그라미를 표시하는 게 나름의 룰이었다.


시작하기에 앞서 약속이 있는 모든 날엔 먼저 동그라미를 표시해두었다.

이 프로젝트를 한다는 이유로 지인을 만나 돈을 안 쓰겠다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표시를 하고 나니 회사를 다니는 날 중 돈을 쓸 수 있는 날은 이틀 정도였다.

매일 컨디션에 따라 사 마시던 커피를 이제 횟수로 두 번만 마실 수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단단히 준비해야 했기에 나는 커피를 집에서 내려갔다.

다행히 새해가 시작됨에 따라 체중감량이라는 연례행사 같은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 달이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식사로 돈을 쓸 일은 없었다.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던 덕분이다.


하지만 단식이라는 베네핏과 단단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돈 쓸 일은 매일매일 있었다.

어쩌면 그동안의 나는 매일 카드를 쓰고 살았을지도 모르겠구나 새삼 실감했을 정도로 정말 매. 일. 돈을 써야 하는 일이 생겼다.


커피를 들고 다닌다고 간식비를 지출할 일이 없는 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커피를 받으면 간식으로 보답하는 당연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예상치 못한 커피를 받은 날이면 계획에 없던 소비를 해야 했다.


또 급하게 생필품이 떨어진 날도 달력에 어김없이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당장에 양말에 구멍이 났거나, 집에 휴지가 똑 떨어져 버린 그런 때에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원래라면 고민 없이 소비로 해결했을 문제를 잠시 참아보는 경험도 있었다.

사용하던 핸드크림이 떨어졌지만 집을 샅샅이 뒤져 언젠가 선물로 받아놓고는 향이 별로라 방치해둔 핸드크림을 꺼내 쓰는 일 같은 것도 했고,

시간이 뜨는 어떤 날에는 카페에서 기다리는 대신, 주변을 괜히 한 바퀴 걷거나 근처 서점을 방문하는 일도 했다.


빵집 오픈 세일도 지나쳤다.

이미 한주의 동그라미가 4번 채워졌던 때에 마주한 빵집 오픈 이벤트는 내 결심을 가장 크게 흔들었다.

1+1. 말 그대로 안사면 손해인 그런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사실 안사면 0원이라 손해는 아니지만.

여하튼, 잠시 다음 주의 동그라미를 땡겨쓸까? 고민했지만 1월이었기에 참을 수 있었다.

자기 합리화가 결심을 이기지 못하는 연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총 4주가 지났고 나는 주 3일을 가위표를 겨우 그려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5일이 무지출인 주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의 소비패턴에 무지했었던 것이다.


여하튼, 나는 주 3일 무지출을 2022년 1월 한 달 시행했고 결과는 생각보다 놀라웠고 그래서 만족스러웠다.

아래는 나의 카드 이용 내역이다.



처음 12월과 1월을 비교했을 때 액수 차이가 생각보다 커 스스로도 놀라웠다.


정확히는 결과를 의심했다.

12월에 연말이라 유난히 돈을 많이 썼던 게 아닐까? 생각하며.

사실 연말이나 연초나 마음먹으면 돈 쓸 일은 똑같이 많지만 그래도 이 눈에 띄는 결과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11월을 검색해봤다.



그랬다.

12월이 연말이라 많이 썼던 게 아니라 그냥 나는 그러고 살았던 애였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1월도 12월도 기억할만한 물건을 소비한 적도, 병원을 다녀온 것도 아니었는데 당최 어디에 저 금액을 썼는지 본인도 알 수가 없었다.


뭐, 지나간 일이니 굳이 알아내지 않기도 했다.

1월의 결과로 내가 줄여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보는 사람에 따라 카드내역에 나온 위 액수는 적어 보일 수도, 적당해 보일 수도, 많아 보일 수도 있다.

'한 달 생활비'라는 것 자체가 몹시 주관적이겠지만, 내가 목표하는 나의 한 달 생활비는 약 50만 원이다.

즉, 아직 갈길이 멀다는 뜻이다.


-


한 달간 해본 주 3일 무지출은

내 소비패턴을 파악하고, 계획적으로 지출을 줄여나가는 세심한 목표 세우기가 버겁게 느껴지는 나 같은 사람에게 딱 맞는 소비 통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 4일, 주 5일로 늘려나가기엔 아직 무리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소비를 하지 않는 하루가 익숙해지면,

한 달에 12번 정도인 지금에서 15번 정도로도 늘려가고 싶다.

당장 이번 달부터 7일씩 끊는 계산이 좀 버거워 한 달 단위로 카운팅 방법을 바꿔볼까 고민했지만, 

그렇게 했다가 월초에 매일같이 지출해버리고 월말에 가서는 못한다고, 안 한다고 냅다 포기해버릴까 봐 

아직은 7일 중 3일 무지출을 유지 중이다.

내가 나를 이길 수 있을 때, 아니 적어도 말릴 수 있을 때 차차 바꿔나가 보아야겠다.


올해 통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소비 통제는 아주 뿌듯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2월도 3월도 계속해서 연 말즘엔 내가 목표한 금액이 찍힌 총 이용금액 캡처본을 올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서 이 통제를 기반으로, 내년부터는 신용카드 없는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주 3일 무지출 도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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