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샤브샤브 식당에 갔다.
보글보글 끓는 육수 위로 고기와 채소가 익어가고, 식탁 위엔 웃음이 피어올랐다.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함께 웃고, 서로의 젓가락이 부딪칠 때마다 그 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소박하지만 따뜻하고, 평범하지만 소중한 저녁 시간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일의 병원 예약이 문득 떠올랐다.
무릎 통증.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어느 날부턴가 계단을 오르내릴 때,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은근하게 시린 느낌이 있었다.
‘그럭저럭 견딜 만하니까’ 하고 넘겨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무시할 수 없는 신호가 되어 다가왔다.
나는 요양보호사로 일한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겐 반려견 콜라와의 산책이 삶의 한 조각이다.
걸으며 생각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나를 돌아보는 그 시간은 단순한 운동이 아닌, 나와의 깊은 대화였다.
그런 내가 무릎 통증 때문에 일상에 제약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찾아온다.
나는 활기차게 움직이는 걸 좋아했다. 가만히 있는 시간보다 움직이며 살아 있는 걸 실감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바로 나였고, 나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60대에 접어든 지금, 세월 앞에서는 자신감보다 조심스러움이 앞선다.
마음은 여전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순간을 하나둘씩 경험하면서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허리 때문에 일을 놓았던 사촌 언니의 이야기가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게 다가온다.
그땐 '그렇게까지 아픈 걸까?' 싶었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작은 통증 하나가 사람의 삶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그래도 좌절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내일 병원에 가면, 나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볼 것이다.
혹시라도 수술이 필요하다면, 그것 또한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해봐야겠다.
이 통증은 어쩌면 내게 멈춤을 권하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조금 쉬어가라고, 이제는 내 몸을 먼저 살피라고,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삶을 준비하라고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콜라와의 산책은 잠시 미루더라도,
지금은 나를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프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걸 믿고 싶다.
60대의 나는 또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까.
아직은 낯설고 불안하지만,
그 길도 분명 나만의 색깔로 물들어갈 것이다.
걱정과 두려움 사이,
희망이라는 작은 불빛 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나는 또 애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