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너와 함께한지 4027번째 날
너를 키우며 엄마는 엄마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어. 지금부터 엄마가 쓰는 글을 그냥 엄마의 욕심의 총 집합이니까 이렇게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려고 하니까 너무 부담갖지 말고 읽었음 좋겠어.
엄마는 니가 지금 치고 있는 피아노를 성인이 될때까지 꾸준히 쳐서 너가 목표로 하는 쇼팽 곡을 꼭 칠 수 있었음 좋겠어. 그래서 어딘가에 놓여있는 피아노를 우연히 여행지에서 발견하면 그 피아노 앞에 앉아서 니가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고, 너가 연주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멈춰서서 구경하고, 그러다 니 연주가 끝나면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어. 박수 받는 걸 좋아하는 너니까 그런 일들이 자주 반복되면 너가 평생 좋은 취미로 피아노를 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해.
엄마는 니가 혼자서 살아가기 보다는 너의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잘 살아갔으면 좋겠어. 외로운 걸 싫어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니까 너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맞장구도 쳐주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잘 맞는 반려자를 만나기를 바래. 결혼 생활이라는게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니가 가정을 만들고 그 안에서 크고 작은 행복들을 느끼고 살아가길 바래.
엄마는 니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일에 최선을 다하며, 너가 한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 과학자가 되고 교수가 되고 싶다는 너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래. 너의 발견이 타인을 돕는 그런 발견이 되길 바래. 너가 하는 일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니가 타인에게 마을 따뜻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어. 내 일이 아니니까 신경쓰지 않고 넘어가기 보다는 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사람. 크고 작은 일을 도와주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래.
엄마는 니가 건강했으면 좋겠어. 신체적 아픔으로 인해서 고통을 겪지 않고, 좌절을 느끼지 않고 지금 건강한 대로 계속 살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해. 먹을 것을 좋아하지만 열심히 운동도 해서 너무 뚱뚱해지지 않게 관리를 잘했으면 좋겠고, 자신의 몸이 어디가 안 좋고, 언제 쉬어야 하는지 금방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잘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
엄마는 니가 작은 것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멋진 어른이 되길 소망해. 멀리있는 허망한 목표를 쫓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오늘 이 순간 행복을 찾을 수 있고, 그 안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해. 자주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웃을 일을 엄마에게도 가끔 전해줬으면 좋겠어.
엄마 욕심이 너무 많지? 이상하게 어릴 때는 그냥 건강하게 자라다오만 하다가.. 점점 욕심의 그릇이 커진다. 이건 엄마의 욕심이니까, 그냥 욕심으로 두고 너의 욕심껏 잘 살아가길 바래. 진짜로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