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너와 함께한지 4029일째
나는 요즘 너에게 화를 자주 내는 나를 반성한다. 자주 반성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나를 반성한다. 다시 마음을 잡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너의 엉뚱한 말에, 생각지 못한 태도에 엄마는 평정심을 잃고 화를 내는 순간이 많아지고 있다.
화를 내면서 너가 내 입장이 되봐, 답답하겠어? 안 답답하겠어? 화가 나겠어? 안 나겠어? 하면서 나의 화의 탓을 너에게 돌리려는 말까지 하고 있지. 너는 이제 내가 화가 난 걸 눈치 채면 입을 다물기 시작했지. 너에게 다가올 사춘기와 나의 갱년기가 만나지는 시점인 걸까.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왜 너에게 화가 날까? 벌써 12살이 된 너를 나는 왜 마음대로 하고 싶은 생각을 하는 걸까? 그런 나를 반성해 본다.
그런 엄마에게 상처받는 순간이 생길까 걱정이 된다. 바다처럼 모든 걸 품어주고 싶은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너무도 어렵다. 생각해보면 너에게 하는 말을 엄마 자신으로 화살을 돌려보면 나 자신도 당당하지 못한 순간이 너무도 많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너에게는 너무나 세밀하게 판단하는 엄마를 반성한다.
엄마가 여유가 없어서, 바빠서, 경제적으로 고민이 많아서, 해야할 일들에 치여서, 체력이 딸려서, 마음이 넉넉치 않아서 너의 작은 행동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순간들을 반성한다.
이 반성문으로 엄마 스스로가 좀 더 달라질 수 있기를 아주 조금 기대해본다. 나의 화는 나의 마음의 것이지 너로 인함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기록해 둔다.
사랑하는 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순간에도 엄마를 사랑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