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너와 함께한지 4033일째
오늘은 니가 아팠구나. 아들. 광복절 연휴 내내 열심히 놀았던 까닭일까? 일부러 월요일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도록 내버려뒀는데도 결국 열이 나서 토까지 하고 너는 참 힘들었겠다. 마침 엄마가 오늘 집에 있어서 다행이야. 참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야. 너는 엄마가 주중에 집에 있는 날 아파서 조퇴를 하거나, 학원을 못 가게 되는 경우가 종종있는 듯해. 엄마는 매일 밖으로 일하러 나가는 주간도 있고 듬성듬성 일이 있는 주간도 있는데, 어쨋든 내가 집에 있을 때 니가 아파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옆에서 챙겨줄 수 있으니깐.
엄마가 없을 때 아프면 괜히 더 속상하고 아프고, 그렇더라고 엄마 어릴 때를 생각하면 말야.
참 어린시절부터 특별했던 너, 보통의 아이들은 아프면 처지고 밥도 잘 못 먹고 해서 아이가 컨디션이 안 좋은걸 금방 확인할 수 있다고 하던데 너는 아픈 날도 참 에너지틱했어. 엄마가 너를 안아서 몸을 만져 봐야만 니가 열이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었지. 몸이 정말 뜨끈뜨끈 한데도 너는 헤헤 거리며 웃으며 놀곤 했었어. 이제는 말을 잘 할 수 있는 나이이니, 내가 너의 몸을 만지지 않아도 스스로 몸이 안 좋으면 말을 해주니 참 다행이야.
너는 나를 참 많이 닮았어. 내 아들이라 그런가. 엄마도 컨디션이 안 좋으면 평상시에 손발이 따뜻하고 혈액순환이 잘 되다가 컨디션이 안 좋을 땐 손 발이 차가워지거든, 그럴때 아 몸이 안 좋구나 조심해야겠다 생각하고 더 잘 먹고 더 잘 챙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근데 너도 딱 그래. 감기 걸리거나 체 하면 어김없이 손 발이 차가워지더라고, 워낙 평소에 손 발이 따뜻하다보니 차가워질 때 바로 알 수 있는 듯해. 그래서 엄마는 너에게 자주 이야기 하지. 스스로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야. 초등학교 5학년 밖에 되지 않은 너에게 엄마는 참 바라는게 많아.
어쩌다 가끔 집에서 있는 날 오전에는 좀 쉬고, 오후에 일해야지 하고 있는데 그런 날 어김없이 학교에서 전화가 온 일이 몇 번 있었어. 니가 아프다고, 그럼 너를 조퇴시키고 병원에 데려가고 너를 돌보고 하느라 오후 시간이 휘리릭 가버렸어. 그렇게 아프면 또 더 집에서 집밥을 해주고 싶어서 집안일을 더 하다보면 시간이 가지. 너가 일찍 잠이 들면 그제야 책상에 앉아 일을 하다 집안일을 하고 하면 하루가 참 빨리 간다는 생각을 하곤 해.
너가 아프면, 엄마는 늘 그런 생각을 한다. 그래 건강한 것만으로도 진짜 고마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 말야. 그러면서도 너의 건강을 너무 자신하지 말자 하는 생각도 해. 이상하게 어렸을 때 다른 아이들 다 감기에 걸리고 너만 안 걸릴 때 말야. 그럴때 속으로 우리 아들 진짜 면역력이 좋네 생각을 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오 다행이 완전 괜찮아요, 안 걸렸어요 라는 말을 자신있게 내뱉어. 너를 잘 키우고 있는 나를 건강한 너를 자랑하고 싶은 거지. 그럼 여지없이 그 말을 한 주에는 너는 꼭 감기에 걸리더라. 그래서 엄마는 그런 경험을 몇 번 한 뒤로 자식 건강은 자랑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곤 해.
너를 키우는 일은 나를 늘 돌아보게 하고, 겸손하게 하고 하는 그런 일이야. 정말 다행이지.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엄마는 정말 생각을 깊게 하거나 나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지 못하는 그런 오만으로 가득찬 사람으로 살아갔을 듯 싶어. 니가 있어서 엄마는 늘 다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아. 나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니가 참 좋구나.
오늘 밤 니가 많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너는 언제든 엄마가 필요하면 불러도 돼. 엄마는 항상 대기하고 있을게. 너가 힘들 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구나. 세상에서 너의 유일한 비빌 언덕이 되고 싶다. 얼마든지 찾고 불러주렴, 준비하고 있을게.
사랑한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