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어린이집이 데이케어센터다.
한국처럼 0세반도 있다.
그런데 한국 어린이집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무척 비싸고, 값에 비해서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별로다.
여러곳을 봤는데 정말 아.기! (100일 갓 지났으려나 싶은)도 있더라.
그런데 흔들리는 요람에 아기 눕혀놓고 다른 아기 두어명도 한 분이 케어하는 곳도 있었다.
번잡하고 연령별로 제대로 구분되어 케어되지 않는 것 같아보이는 곳도 있었다.
보육료가 비쌀수록 시설이며 케어 환경이 나아졌다.
하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물음표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국은 출산휴가가 짧고 육아휴직도 없는 회사가 많다고 한다.
9개월에 접어든 아이를 데이케어센터,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나에게 일정이 생기기도 했고, 타지에서 혼자 오롯이 육아를 하는게 벅차기도 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일이 있으면 단기 보육 신청을 해서 집으로 아이를 봐주실 분이 오셨다.
매번 다른 분이 온다는 것, 그래서 매번 새로 인수인계를 해야 하고
일찍이 낯가림이 시작된 아이를 맡기고 나가는 게 힘든다는 것,
모든 게 아이에게 맞춰진 공간이지만 그리고 온 마음으로 아이를 돌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지만
그래도 아이 방의 CCTV를 연신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은 단점이었다.
누군가는 돌 전에 어린이집을 보내야 나중에 덜 고생한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세 돌까지는 엄마가 혼자 보는 게 좋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육아 도움을 받을 상황은 아니어서 거의 혼자 아이를 봤다.
아기가 스스로 의지가 생기니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이유식 시작하면서 힘듦 제곱.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1시간 만...아니 30분 만...10분 만...
아주 잠깐만 아이 봐줄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생각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마음 편하게 화장실 다녀올 시간만이라도!
턱 끝까지 한계가 차오를때마다 눈물을 훔칠 때도 종종 있었다.
몸은 덜 회복됐는데 누군가를 끊임없이 돌보고 가꾸어줘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잠식될까봐 겁나는 마음과도 끈질기게 싸워야 했다.
미국이라고 다를 건 없다. 역시 육아 도움 받을 사람이 없으니까 똑같다.
그런데 미국은 돌파구가 여의치 않다.
그래서 생산적인 루틴을 만들었고 조금 일찍 아이를 기관에 보내게 되었다.
집에서도 내가 화장실만 가도 우는 아이를 기관에 맡기는 마음이 편했을리가.
게다가 언어도 문화도 다른 선생님들께 아이를 맡기는 게 겁이 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아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2주는 30분, 1시간 보내고
엄마랑 같이 있다가 서서히 적응 시간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첫 날 30분만 맡기겠다고 하니 미국 데이케어센터 선생님들이 다 의아하게 생각하신다.
그냥 맡기고, 우리를 믿고 가라고...
다들 첫날부터 3시간 이상 맡긴단다.
결국 나는 불안해서 30분만 맡겼다. 아이는 역시 울고 불고 난리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울었다.
데이케어센터에 있는 선생님들이 여럿 모여서 나를 위로해주기도, 조언해주기도 했다.
이 엄마 진상이네 생각하셨으려나.
매일 긴 시간 보내는 건 내키지 않아서 일주일에 3번, 3~4시간만 맡기는 걸로 했다.
선생님들은 나 볼 때마다 길게 맡기라고, 아기는 적응 잘 했다고 말씀해주신다.
하지만 아직은 마음이 안내킨다.
덕분에 1분 1초가 너무 소중하다. 아이가 기관에 가기 전에도, 간 후에도 바쁘다.
짧은 다리로 아기를 데려가기 위해 미친 듯이 뛰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는 아기가 우는 게 싫다. 물론 좋은 엄마가 어디에 있겠냐마는 나는 아이가 울면 바로 달래준다.
우악스럽게 키우기 싫어서다. 내 마음이 그렇다.
어느 날 길게 울지 않는 아기가 엉엉, 조금 오래 울고 좀처럼 달래지지 않았던 날이 있었다.
그 날 깨달았다. 나는 평생 이 아이의 눈치를 보겠구나.
너무 사랑해서, 네가 속상하지 않았으면 해서, 그냥 다 무조건 미안해지겠구나.
다행히 아기는 기관에 잘 적응해서 낮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웃으며 놀다 온다.
그래도 헤어질 때, 내가 데리러 가면 조금 칭얼거리며 운다.
처음보다는 내 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겼지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은 계속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