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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화가(獻花歌)처럼

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 이해하기

by 잇슈


어떤 슬픔은

그 깊이가 까마득해서

도저히 내려다볼 자신조차 없는데


그건 내가

2년 전, 나의 외할머니를 떠나보낼 때

홀로 간직해 둔 기억이다.


나의 외할머니는 사랑이 많으셨고

현명하셨으며, 또한 지혜로우셨다.

그리고 누구라도 인정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으셨는데


워낙 시골에 사시다 보니,

창고에 다양한 물건들을 넣어두고 사셨고

하루는 그 창고 안에 들어가서

물건을 정리하시던 중

크게 다치시는 바람에, 결국 요양병원에 가게 되셨다.


외할머니는 워낙 활동적이신 분인지라

요양병원이 답답하다고

여러 차례 요양병원에서 돌아오셨지만


이미 크게 다친 몸은

시간의 무게까지 더해져

세월을 역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끝내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생을 마감하게 되셨다.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러운 사별로 보일 수 있지만

내게는 온전히 그렇지 못했던 건

코로나 때부터 외할머니가 홀로 이겨내야 했던

요양병원에서의 어려움들 때문이었다.


이 글을 쓰는 게 조심스럽지만

몇 가지 진실만 말하자면,


요양병원의 요양보호사님 중 몇 분이

외할머니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거나

병실의 할머니들을 위해, 가족들이 가져다준

맛 좋은 음식이나 간식들도 훔치는 바람에

몇 차례 그들이 교체되어야 했고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불과

몇 달 직전에는

우리 가족들이 면회도 어려웠던 그 시기에

외할머니의 낙상 사고가 있었지만

병원 내부의 누구도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전달해 주지 않았다.


코로나로 인한 면회 금지 규정 이후에도

지속된 면회 제한 때문에

가족들이 외할머니를 만날 수 있는 건

상당히 제한적이었기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고작 한 달 전에야

우리는 외할머니의 낙상 사고에 대해

외할머니로부터 직접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외할머니는 몹시 지친 듯

그 얘기도 덧붙이셨는데,


나는 자꾸 가겠다 하는데

너희 외할아버지가 못 가게 해

오지 마라고 오지 마라고 그래서

그거 때문에 너희 외할아버지랑 싸웠어. 꿈에서.


그로 인해, 나는 도저히

외할머니 좀 더 함께 있어주세요,라는

그 말 한마디를 건넬 수가 없었다.


그저 목구멍을 뚫고

솟아 올라오는 울음을 억누른 채

그렇게 집에 돌아왔을 뿐


후에 이 문제에 대해 병원에 말하니,

우리에게 돌아온 답변이라고는

죄송하다, 앞으로 더 신경 쓰겠다.

는 인정의 말과 사과뿐이었고.


얼마 안 가,

결국 외할머니를 영원히 보내드려야 했다.


몇 번의 실수로 인해

그 병원 측의 모든 것이 잘못됐다 말하기엔

외할머니가 너무 오래 그곳에 머무르셨기에

그들의 모든 것을 탓할 수는 없으나


때때로, 혹은 갑작스레

그녀를 그렇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과

물밀듯이 치밀어 오르는 슬픔은

아주 가끔, 감당이 어려울 때가 있다.


그렇게 탄생한 나의 애도의 작품.

유튜브에서 검색할 수 있는,


Satoh Takeru Impersonation Victims

―The Tale of Lucy


10년 넘는 기간 동안 고통받고 있는

일본 유명 배우 사토 타케루 피해자들을 위해

그리고, 유명인 사칭범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만든 작은 동영상.


감사하게도

뉴욕의 ASIAN AMERICAN FILM THING 2024의

상영작으로 선정되어 실제 상영회까지 있었던.


어느 설화의 헌화가()처럼,

나의 외할머니께 이 동영상을 바친다.



*제목 사진 출처: iStock 무료 이미지



*유튜브 공식 채널 "satoh takeru victims"

https://youtu.be/AjOS-l1LOZ8?si=rSoOSwwUk19eSKBX


*네이버 공식 블로그 "검색어: 사토 타케루 사칭범 피해자들"

https://blog.naver.com/satohscammervictims/22346685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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