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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부인 것을

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 이해하기

by 잇슈


나는 쇠로 만든

숟가락도 젓가락도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면, 포크와 나이프까지도


말하자면, 쇠로 만든 도구들이 부딪히는

쇳소리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래서 매번 나무 수저 세트를 주문한다.

쇳소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그리고 나는 단지

그게, 나의 청각의 예민함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무심코 깨닫게 되니


내가 거부하는 쇳소리는

결국 나의 과거, 병원에서의 경험들에서 비롯된

심리적 트라우마 반응 때문이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다 보니

날 때부터 병원이 당연한 몸이었는데

어떨 때는 전신마취 수술을 해야 할 때도 있어서


나도 모르는 새

마취가 되기 직전까지

하얀 병원 천장을 바라보며

귓가를 두드리던 금속성 소리에

마냥 무력하게 몸을 맡겼던 그 순간들의 아픔이었다.


신기하게도

프로이트가 꼽은

인간의 가장 미숙한 방어기제, 회피는


우리 안에 있는 마음의 상처를

가장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게 도와주는

행동 관찰 중 하나였다.


고로, 미숙한 말과 행동이라고 하여

위축될 게 뭐가 있고

못마땅하게 여길 필요가 뭐가 있을까.


그조차도 나의 일부인 것을.


지금의 나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제목 사진 출처: iStock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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