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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끝맺음

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 이해하기

by 잇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보다 무서운 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공무원 아버지의 외벌이 환경으로 인해

어머니가 이래저래

복지 제도나 마을 지원 제도를 활용해서

바둑, 서예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셨고


어떤 날에는

부동산 거래에 문제가 생겨서

한동안 단칸방에 우리 식구가 모두

옹기종기 모여서 생활한 적도 있었지만


그조차 따듯한 온기로 기억하고 있었기에

나 자신의 몸에도 마음에도

가난을 아로새긴 적이 없었다.


가정교육 환경에서 나의 부모는

은사님이나 이웃 어른을 뵈러 갈 때

처음 친구 집에 놀러 갈 때

그 상황을 알게 되실 때면

곧잘 손에 뭐 하나라도 쥐어서

나를 그들에게 보냈기에


언제나 주변으로부터

예의를 갖춘, 공손한

타인과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보이고는 했다.


하지만 학창 시절을 지나

성인인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 보니,


나에게는 기본적인 예의로 체득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걸

곧잘 목격하고는 하는데


과거에 잠시 스쳐 지나갔던

여러 인연들이 그러했다.


이는 나의 환경이

그들보다 우월했다

자신하는 게 아니며,


눈으로 보이는 가난보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가난이

그 옆에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해로울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물질적으로 풍족하다고

마음에 여유 또한 풍만하지 아니했고,

자신과 나를 비교하며, 아귀처럼.

끊임없이 내게서

무엇이든 받아내려고 하는 사람들도

종종 나타나고는 했다.


더, 더, 더

늪에서 끌어당기는 손길처럼

수렁까지 사람을 이끄는

탐욕에 가까운 결핍들


있이 산다고 하여 자애롭지 않고

없이 산다고 하여 선량하지 만은 않은


이처럼 세상에는

비례하지 않는 것들 투성이라


어쩌면 내 눈에 비친 것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과

일치하길 바라는 마음이


내 욕심인가,

같은 끝맺음으로 끝나게 되더라.



*제목 사진 출처: iStock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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