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폭력에 반대한다

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by 잇슈


아마도 이십 대 때였을 것이다.

나보다 열 살 어린 사촌 남동생이

다소 무례할 때가 있었다.


그날은 그 사촌동생이

내 턱 아래에 장난감 총을 대고

장난이라며 총알을 쏘아서

비비탄 총알을 턱 바로 아래에 맞았던 사건이었다.


손에 쥐어본 적도 없지만

난생처음 맞아본 비비탄 총알은

상상 이상으로 아팠다.

마치 피부가 찢어질 것처럼.


턱 아래부터 얼굴 위까지

온통 빨갛게 물들었다.

고통의 색으로


너무 아프면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걸

그때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장난에 놀란

사촌동생과 눈이 마주쳤는데

본인이 지레 더 겁먹은 모습에

분노조차 올라오지 않았다.


그런데 순간

이를 목격한 그 사촌동생의 엄마,

즉 나의 고모가

그 사촌동생을 붙들고

강하게 등을 내리쳤다.


퍽, 퍽

내가 하지 말라 그랬지

고함과 함께

수차례 내리쳐지는 손짓


그리고 스스로 죄스러운 마음에

힘없이 때리는 대로

맞고 있던 사촌동생.


그 장면이 아파서

순간 눈물이 나왔고,

한쪽 손을 간신히 뻗어

고모를 붙들고 울며 말했다.


때리지 마, 나 괜찮아.

제발 때리지 마.


이를 본 다른 사촌 남동생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지금 누나한테 총을 쏜 애가

혼나는 걸 말리는 거냐며


그리고 나는 다시

그 사촌동생에게 부탁했다.


너도 고모 좀 말려봐.

제발. 도와줘.


그렇게 우리는 같이

고모를 말렸고,

내게 비비탄 총알을 쏜 사촌 동생은

잠시 밖으로 격리되었다.


최근에 어떤 외국인 게이 남성이

내가 여성주의를 지지한다고 말하자,

나에게 물었다.


너는 여성에게 맞은 남성이

똑같이 여성을 때리는 걸 어떻게 생각해?


나는 대답했다.

나는 여성도 남성도

서로 때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나는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 고.



*제목 사진 출처: iStock 무료 이미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짧게 보는 MBTI 이야기 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