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춰 걷는 걸음

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by 잇슈


롯데백화점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

혼밥이 가능한 샤브샤브 가게에서

점심 식사를 하려고 앉았는데

때마침 옆 자리에 다정하게 데이트를 나오신 듯한

노부부가 착석하셨다.


직원은 정해진 대로

1인용 샤브샤브 그릇을

그분들 오른쪽 옆에 두고 사라졌지만


1인용 인덕션이 익숙지 않고

바로 앞 선반에 있는

앞 그릇과 육수통에 손도 잘 닿지 않는

두 분에게는 영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듯하다.


그래서 잠시 옆을 본 후

인덕션 불 조절도 가르쳐 드리고

앞 그릇, 육수통, 물도 따라 드리며

편안하게 드시는 방법을 가르쳐 드렸더니


두 분 모두 행복해하며

여성 어르신께서 하시는 말씀이


여기가 참 맛있죠

우리도 자주 오는데 언제 와도 좋아


그 말에 담긴 상황을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밖에.


인간은 발달 단계상

30대 중후반이 되면

점차 인지 기능의 저하가 두드러지며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아 진다.


그래서 꼰대가 생기고

무언가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어렵고

청년들보다 어설퍼지는 것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으니까.


최근 뉴스에서도 보도된

키오스크 사용법의 한계 때문에

평소 먹던 햄버거조차 못 먹고 귀가하신

어르신이 계신 것처럼


눈에 띄는 발전이 좋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소외시키기도 한다는 걸

우리가 더 헤아려주면 좋으련만


처음 뵙는 분들이지만

결국 식사 중 간간이 대화도 하고

며늘님이 약사님이라는 얘기도 듣고


누군가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 몸 자체에 누군가를 챙기는 게

자연스럽게 배인 듯하다며

칭찬도 듣게 되고


그렇게 마치 일행처럼

한층 더 맛있어진 혼밥을 마친 후

끝인사를 드리기 직전이었다.


남성 어르신께서 말씀하시길

이 가게에서 지금까지 먹은 것 중에

가장 맛있게 먹었어요.

고마워요.


그 한 마디가

하루의 고단함을

어찌나 청량하게 씻어 주시던지


빨리 걷는 걸음 보다

맞춰 걷는 걸음이

아직도 나는 좋은 듯하다.



*제목 사진 출처: iStock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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