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 이해하기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뒷짐 진 자세이다.
가족들이 모여있을 때
그리고 가족 나들이 후,
다 같이 귀가를 하는 길에도
아버지는 종종
두 팔을 뒷짐 진 채
나만이 알아챌 수 있는 방법으로
손가락 신호를 보내곤 했다.
그러면 우리는
다른 가족들 몰래 뒤로 빠져나와
어머니 몰래
장난이라고 쓰고, 사고라고 읽는
여러 모험을 하곤 했다.
어머니 몰래 찾아간 폐가
어머니 몰래 보러 간 옆집 강아지
어머니 몰래 먹은 불량식품
어머니 모르게 이루어진 그 모든
즐거움에 흠뻑 젖었던 순간들
나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하지 말라는 잔소리가 생기면
나의 아버지는 그때마다, 꼭
굳이 나를 데리고
어머니가 못하게 하는 걸 하러 떠나곤 했다.
마치 든든한 아군과 함께하는 대장처럼
‘너네 엄마는 맨날 나만 뭐라고 해.’
그해 여름,
아버지의 당뇨 수치 때문에
어머니가 못 먹게 금지한 팥빙수를 나눠 먹으며,
아버지는 평소와 같이 구시렁거렸고,
어렸던 나는 그저
신이 나게 팥빙수의 떡만 집중적으로 먹었다.
아빠보다 하나라도 더 떡을 먹기 위해
혼자만의 눈치 싸움 중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작은 일탈들은
내가 눈물을 터뜨리거나
아버지의 팔이나 다리에 생채기가 나거나
어머니가 어떻게 알고 쫓아와서는
깜짝 놀랄 만한 크기의 소리를 울리며
있는 힘껏 아버지의 등짝을 때리면
그렇게 끝이 나곤 했다.
나의 아버지
나를 꾸러기로 만든
내 스승님
내 생의 첫,
남자 사람 친구.
*사진출처 : 뒷모습 아버지와 아들 얼룩말 횡단 가족 가치 어린아이를 이끄는 부모 로열티 무료 사진, 그림, 이미지 그리고 스톡포토그래피. Image 187865157 (http://123r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