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폭행죄
소년범 전문가 참여제를 하다 보면, 어떤 날에는 내가 보기에도 정말 억울하겠다 싶은 아이들도 있다.
오늘 이야기할 이 사건이 그런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으허엉, 어헝, 허어엉!”
“….”
“허엉, 허엉, 저, 즈어는 지쨔 으허허허엉!”
“… 하….”
면담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벌써 10분 넘게 소년은 울면서 얘기하고 있었다.
이 사건에서 소년에게서 잘못은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소년범이 아니라, 소년으로 지칭한다.
180cm이 훌쩍 넘는 키에 덩치도 꽤 그럴싸한 남학생.
꼭 쥔 두 손을 면담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채 울 때마다 살짝씩 부들거리기까지 했다.
몹시 억울한 듯 눈물을 멈추지 못하며, 중간중간 눈물을 닦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럴 때 내 역할은 조용히 티슈를 건네주는 것.
소년의 눈물이 어느 정도 잦아들어갈 때 즈음 다시 한번 사건개요서를 살펴봤다.
서류에 적힌 사건의 내용은 이랬다.
"피혐의자 우**은 20**년 6월 1일 16:28경 경기도 구리시 **동 72번 길 꿀꿀돼지꿀 식당 앞에서 친구 이**(17세), 김**(17세), 윤**(16세)하고 삼겹살 8인분, 콜라 4캔, 냉면 2인분, 볶음밥 4인분을 먹고 나오다가 피해자 김**(17세), 안**(17세), 진**(18세)이 피혐의자에게 ‘진짜 *같이 생겼네’라고 욕을 하여…(이하 생략)"
이 사건에서 소년은 피혐의자가 아닌, 피혐의자의 친구 김**이었고, 피혐의자와 다른 친구들이 피해자 측과 서로 주먹다짐을 할 때 맞서 싸우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친구가 싸울 때 옆에 같이 서 있기만 해도 공범으로 분류되고, 2인 이상이 함께 하면 ‘특수’라는 글자가 붙기 때문에 소년 또한 ‘특수폭행’으로 경찰서에 오게 되었다.
“그러니까….”
“네, 네에 흐윽 흐으으으윽….”
“학생은 직접 때린 것도 아니고… 오히려 큰일이 날까 봐….”
“네, 네, 느에에, 흐윽 흑.”
“선생님한테 문자 했다는 거죠? 바로.”
“네, 네, 네에 맞아요. 흐윽, 흑, 흐읍.”
“… 하아….”
피혐의자의 친구 김** 소년의 설명은 이랬다.
김** 소년은 이미 이 사건 말고도 피혐의자 친구들과 같이 놀던 중 절도 사건에도 휘말린 적이 있다 보니(그때도 옆에 서 있기만 했어서 친구들이 훔친 줄 몰랐다고), 학교에서 배운 학교폭력 수업대로 행동했다고.
학교에서 배운 학교폭력 수업 내용 중에 분명, ‘친구들끼리 다투는 등 학교폭력 상황을 목격하면 곧바로 학교 선생님에게 알릴 것’이라는 내용이 있어서 김** 소년은 배운 대로 그렇게 행동했다고 한다.
“문자 좀 보여줄 수 있어요?”
“흐윽. 네, 네… 에….”
“알았으니까, 울지 말고요. 문자만 보면 돼요.”
“여, 여, 여기요오… 흐읍….”
김** 소년의 말대로, 소년과 소년이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과 주고받은 문자가 보였다.
다만, 최근 문자 내역이 안타까웠는데.
—쌤... 저 어떡해요?
—뭐? 왜? 먼데.
—제가 쌤한테 우**랑 다른 애들 학교폭력 문자 드렸잖아요... 근데 경찰관님이 저보고 특수폭행이라고 저도 경찰 조사 오라는데요...
—??
—쌤...
—일단 가봐. 어쩔 수 없지...
—...
그렇게 끝난 문자를 보고 있자니, 김** 소년에 대한 동정심이 더욱 올라왔다.
그래서 살짝 눈만 들어 올려 김** 소년을 보니.
“분명, 분명 학교에서 그랬단 말이에요! 선생님들한테 연락하라고!”
“그래요…. 형사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흑, 저, 정상 참작 해주시겠다고. 흐윽.”
“다행이네요. 근데 여기 온 건 좀 놀랐을 거 같은데.”
“네, 네에…. (눈물을 닦으며) 그렇지 않아도 저 대학 가야 하는데. 이런데 자꾸 오면 안 되는데… 허엉….”
“….”
김** 소년은 그렇게 면담 시간을 거의 눈물과 억울함을 호소하며 보냈고. 그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학교 선생님들에게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 거라는 다소 안타까운 결심을 한 채 귀가했다. 물론 친구 관계도 이미 깨끗하게 정리한 상태였고 말이다.
폭행 사건을 보다 보면 그런 일들을 종종 목격하고는 했다.
나의 친구나 동료에게 다툼이 일어났을 때, 옆에 가만히 서 있으면 특수폭행으로 잡혀 오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싸우고 싶지도 않지만, 친구를 두고 가기도 뭐해서 옆에 서 있기만 하기도 하는데. 그조차도 범죄가 되는.
그렇다 보니, 싸움이 일어난 순간 그 장소를 벗어나거나, 직접 경찰 신고를 해야 완벽하게 안전할 수 있는.
소년범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그렇다 보니, 나는 법무부에서도 매 교육 때마다 이 내용을 점검하고는 한다. 그러면 어떨 때는 나보다 더 이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소년범이나 성인범들을 만날 때도 있다. 본인들도 그렇게 잡혀 온 경험이 있으니까.
이 글을 빌어, 아무 행위도 하지 않았고, 옆에 서 있기만 하다가, 의도치 않게 휘말려서 충격을 받았던 공범(?)들에 대하여. 짧게나마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