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 이해하기
온라인에서 알게 된 우크라이나 소년이 있다.
처음에는 그가 우크라이나 사람인 줄 몰랐다.
그는 단지 자신이 17세 소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나는 그가 나의 학생들처럼 귀여운 소년이라고 느꼈다.
그가 우리나라 학교의 급식 사진을 궁금해해서
아무렇지 않게 온라인에 있던
한국의 학교 급식 사진을 보내줬을 때,
그가 나에게 돌려준 묽은 죽 같은
그리고 빵 몇 조각뿐인 사진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물었더니,
그가 알려준 것이다.
순간 어쩔 도리 없이 몰려오는 미안함에
그에게 사과의 마음을 먼저 전했다.
이후 그는 내가 좀 더 편안해졌는지
공습경보와 드론에 대한 얘기를 했고,
그의 하루에 적어도 네 번 이상
또한 집 근처를 계속 배회하는 드론에 대하여
전하고는 했다.
나는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전하는 그 소년의 마음이
못내 또 안타까워서
눈물을 글썽이기를 몇 번.
또다시 이어진 소년의 말에서
드론이 특히 아이들을 습격하고
또 아이들을 유독 납치해 간다는 내용에
그 참상이 눈앞에 그려지는 느낌에
눈을 지그시 내리누르듯
감아보길 몇 번, 반복하고는 했다.
그러다 조용히 눈을 떠보면
내 앞에 펼쳐진
너무나도 평온한 일상들
신호등을 건너기 위해 좌우를 살피는 사람
기계 위에 앉아 부웅 지나가는 요구르트 사원
수레에 잔뜩 상자를 싣고 가는 택배 기사님
거리 여기저기 모여 서서
흡연을 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이름 모를 사람들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마치 이 세계라도 존재하는 것처럼
고통받고 있을 그들을 떠올려보니
세상이 이렇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가 있을까.
종교가 없음에도
결국 신을 찾게 되며
두 손에 얼굴을 묻을 수밖에 없었다.
소년을 위하여,
너를 위해 기도할게,
나의 소중한 소년아.
*사진 출처: iStock 무료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