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완 Jun 24. 2023

학원은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보다 깊은 대책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초점을 잘못 잡았다. 킬러 문항은 사교육의 원인이 아니다. 오히려 결과에 가깝다. 킬러 문항이 있어서 학원에 가는 게 아니라, 학원에 가니까 킬러 문항이 있다. 다들 학원에서 학교 교과서보다 어려운 걸 배우니까, 변별력을 위해 문제 난이도를 높여야 했던 것이다. 사교육을 비대하게 만든 주범은 따로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은 마약에 가깝다. 사람들은 불안하니까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만, 학원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상대평가체계에서는 '좋은 성적'이라는 자리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 한정된 자리에 들어갈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학원을 찾는다. 자녀가 변변하게 먹고 살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 탓에 사교육에 중독되는 셈이다.


만약 수능 과목이 지금보다 2배, 3배로 늘어나고, 학과마다 다른 과목을 요구한다면, 학원은 어떻게 대응하게 될까. 강사 한 사람당 학생 수를 유지하려면 열 가지가 넘는 과목을 다 가르치기 어려울테니, 학원 마다 분업이 이뤄질 것이다. 이 말은 곧, 여러 학원으로 수요가 분산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은 똑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들에 모든 학생이 몰려 있다. 그 중이서 유명한 학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학생은 하나 가득이다. 자연히 수요 - 공급에 따라 특정 학원 또는 특정 강사가 과도한 초과 이윤을 얻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사회 전반에 확산된 불안감 때문에 수요가 확실하니, 학원가는 학원비를 최대한으로 올릴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사교육이 비대해진 이유는 실업과 병목 현상이다. 두 문제가 학원가에 콘크리트 같은 수요를 몰아주고 있다. 그러니 학원비는 집값처럼 오를 수 밖에 없다. 깊은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 학원비를 잡을 방법은 하나 뿐이다. 전두환 시대처럼 사교육을 금지하는 것이다. 물론 암시장까지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고작 킬러 문항 몇 개 없앤다고 해서 학원가를 제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각 분야의 엘리트를 흡수하고 뛰어난 정보력으로 발휘하며 교육계를 지배해 온 그들이다. 튼튼한 수요가 있는 한, 학원은 어떤 변화에든 적응할 수 있다. 킬러 문항이 없으면 고득점 문항을 가르칠 것이다. 고득점 문항이 없으면 역대 모의고사 문항을 가르칠 것이다. 그 마저도 없으면 사이비 심리학을 동원해서라도 문제 풀이 속도를 높이는 비결을 가르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시장과의 무모한 전쟁을 선포했다. 남미 좌파가 고를 법한 정책을 골랐다. 정작 염증은 물론, 염증의 원인도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사교육비는 더 큰 문제의 결과일 뿐이다. 정부가 교육 다양성과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위해 돈을 쓰지 않으면, 사교육비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서 저지른 실수를, 윤석열 정부는 사교육 시장에서 반복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통제 없이 열정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