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수당, 사회배당, 기본소득
셋이 다 다릅니다.
사회보험이 아닌 현금 복지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바호 사회수당, 사회배당, 기본소득이다. 요즘은 세 가지 모두 기본소득이라고 불린다. 몇몇 정치인이 아무 정책이나 기본소득이라고 포장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산 탓에 소득을 지원해 주는 정책은 재난 기본소득이라고 불리고, 청년에게 일시적으로 지역화폐를 주는 정책은 청년 기본소득이라고 불린다.
단어의 의미는 바뀌기 마련이지만, 모든 현금복지를 기본소득이라고 부르기에는 제도마다 다른 점이 너무 많다. 게다가, 이미 다른 이름이 있는 제도를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면 논의가 혼란스러워 진다. 따라서, 셋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사회수당'은 정부가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인구 집단에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보편주의 복지라서 보편수당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육아수당과 상병수당이 잘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보험의 재원이 보험료라면, 사회수당의 재원은 세금이다. '수당'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회수당은 어려움에 처한 집단의 소득을 보조해주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사회배당은 토지나 석유 등 국유재산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모두에게 배당금처럼 나눠주는 제도다. 세금보다는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주주 배당금처럼 매년 똑같은 돈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 사회수당, 기본소득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사회배당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알레스카 주다. 알레스카 주는 석유에서 발생한 이윤을 지역 주민에게 분배한다. 흔히 알레스카의 주민 배당은 기본소득의 성공 사례로 거론되지만, 엄밀히 말해 알레스카 주민 배당은 기본소득이 아니다.
기본소득은 정부가 모든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평생 정기적으로 똑같은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다. 핵심 단어는 '무조건'과 '평생' ,똑같은'이다. 사회수당이 특정 집단에 일정 기간 동안 현금을 지급한다면, 기본소득은 모든 성인에게 계속 지급한다. 사회배당은 수익에 따라 다른 금액이 지급되고, 배당받는 조건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소득은 똑같은 소득을 조건 없이 지급한다. 또한 사회배당은 천연자원을 사회적으로 경영한 결과물을 나누지만, 기본소득은 이런 사회화 정책과 무관하다.
정리하자면, 사회수당과 사회배당은 조건이 있고, 기본소득은 아무 조건도 없다. 사회수당과 기본소득은 정부 예산으로 소득을 지급하지만, 사회배당은 이윤을 분배한다. 사회수당과 기본소득은 생산수단 사회화와 무관하지만, 사회배당은 생산수단을 사회화한 결과물을 나눈다. 사회수당과 사회배당이 상황에 따라 다른 소득을 지급한다면, 기본소득은 상황과 무관하게 모두에게 똑같은 소득을 지급한다. 이처럼 모두 기본소득이라고 부르기에는 서로 너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