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사회보장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유럽 국가와 맞먹는 경제대국이라지만, 딱 중남미 국가만큼 복지 예산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최대 무역국가인 중국이 흔들리고 생산성 혁신과 공적 투자가 정체되는 바람에, 경제성장도 위태로운 지경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잘 만들지도 못하고 잘 나누지도 못하는 나라입니다.
일이 이렇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가족주의입니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나라 사람은 가족에게 너무 의지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서 사업하다가 실패하면 고향으로 내려가고, 경기도에서 일하다가 돈이 부족하면 전라도에 사는 친척에게 빌렸습니다. 이런 가족 단위 협력에 너무 익숙한 탓에, 우리는 국가 단위로 협력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습니다.
최근 가족이 해체되고 사회가 전반적으로 가난해진 탓에, 대다수는 가족에게 의지하기도 어려워 졌습니다. 발전이 정체된 탓에 오직 소수만 부모에게 받은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만큼 소득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사회보장제도는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곳곳에서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침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