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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Aug 22. 2023

'때로는 여자라서 죽는다' 보충

그저 여자니까 죽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1.
'여자라서 죽는다'는 말은 사람이 여자일 때 특정 방식으로 죽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성폭행의 대상이 되어서 죽는 남자보다 그러는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단지 그 이야기입니다. 여자만 위험하다는 의미도 아니고, 여자만 특별히 더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여성이 여성이기에 겪기 쉬운 문제가 있다는 사실마저 부정한다면, 래디컬 페미니스트와 같은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겁니다.

2.
남자라서 죽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징병제를 정갈하게 운영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남자가 아니라면 겪지 않을 범죄가 자주 일어납니다. 몇 년 전에는 윤 일병 사건이 있었고, 최근에는 채수근 상병 사건이 있었습니다. 물론 여군도 군대에서 부당한 폭력에 휘둘릴 때가 있지만, 여자는 선택이고 남자는 의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남자가 남자라서 겪기 쉬운 문제를 부정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페미니즘은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3.
'여자라서' 부당하게 차별당하는 일이 많은 건 사실인데, 그 원인으로 막연히 '여자'라는 조건을 지적한다면 순환 논리입니다. 여자라는 조건일 때 차별받는 원인이 여자라서일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때로는 여자가 남자 위에 군림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부당한 차별의 더 깊은 원인은 힘의 격차입니다. 사람은 돈이 없고 목소리가 작을 때 차별당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겪는 사회문제의 핵심은 과도한 권력 격차입니다.

4.
3번 관점에서 보면, 1번과 2번은 공존할 수 있고 그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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