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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Nov 23. 2022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신자유주의가 있습니다.

'네오' 말고 '뉴' 리버럴리즘

영국은 신자유주의가 처음 발달한 나라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자유주의'는 '네오' 리버럴리즘이 아닙니다. '뉴' 리버럴리즘입니다. 신자유주의는 사회적 자유주의라고 불리기도 하고, 자유주의적 사회주의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핵심은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를 조화시키고, 인간의 개인성과 사회성, 양쪽 모두에 기반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사회적 자유주의와 자유주의적 사회주의를 구분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이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절충하려 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맥락에 따라서 반드시 구분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자유주의가 사회주의 요소를 거의 담고 있지 않아서, 서구의 사회적 자유주의와 같은 맥락에서 보기 힘듭니다.


영국 신자유주의자들은 산업혁명이 초래한 문제, 특히 빈곤과 격차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 봤습니다. 자유주의는 분명 '모두에게', '평등한 권리'를 약속하는 사상이었지만, 당시 대다수 사람들은 굶거나, 굶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 굴종하거나, 둘 중 하나만 고를 수 있었습니다. 개인의 자유는 귀중한 가치였지만, 경제력 격차와 결합되어 비도덕적인 사태를 초래하고 있었습니다.


사회 조화를 되찾기 위해, 영국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유주의를 과감히 수정했습니다. 신자유주의자는 개인의 자유를 공공이익, 평등 등 다른 가치로 규제할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경제활동의 자유, 재산권을 행사할 자유를 다듬었습니다. 


사실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 사상가들은 다른 가치로 개인의 자유를 규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과 국부론 곳곳에 개인의 자유를 규제할 수 있는 상황과 근거를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결코 자유방임주의자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 사후 영국 사회의 주도권을 쥔 자본가와 그들에게 후원받은 정치인들이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자유방임 사상을 앞세우면서, 영국 자유주의는 간섭받지 않는 개인의 자유만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다른 가치의 조화를 추구한 사상이 자유주의라는 이름보다 먼저 나타났고, 여기서 다른 가치와의 조화를 도려내고 남은 부분이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보급된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수정한 것이 바로 이런 친자본가, 자유방임주의 정치인들이 보급한 자유주의였습니다. 


우리나라 자유주의는 빅토리아 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도덕적 엄숙주의와 자유방임주의가 오묘하게 결합된, 낡은 자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유주의가 자유 그 자체를 증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대화의 수단으로 도입된 탓인 듯합니다.


우리나라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의 경제활동과 재산권을 규제하려는 사람을 곧바로 반자유주의자로 낙인 찍습니다. 이는 근거 없이 자유주의라는 이름을 독점하려는 행동입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아무 근거 없이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독점하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현대 자유주의의 복잡한 현실은 이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를 무색하게 만든다. 오늘날 자유주의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좌파의 '사회 민주주의'에서부터 '신우파'의 '자유지상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각 이념들이 추구하는 가치들도 중첩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유주의를 이해할 때, 그것을 더 이상 한 사회집단의 전유물이거나 특정 경제제도의 지지자들만의 이념이 아닌 서유럽 정치학의 모든 특징적 전통의 현대적 표현으로 보려는 또 다른 열린 시각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박우룡, '전환시대의 자유주의'


자유주의는 다양하고 광범위합니다. 자유주의는 자유방임주의부터 온건한 사회주의까지 포괄할 수 있습니다. '자유주의 = 자유방임'이라는 근거 없는 틀에 갇힌다면, 자유주의를 부자들만의 가치로 전락시킬 뿐입니다. 합리적인 자유주의자라면, 자유 사회를 지키기 위해 다른 가치와 공존할 방법을 궁리해야 합니다. 자유 한 단어로 사회를 지탱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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