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너무 낮았다. 우리나라 상위 10%는 영국 상위 50%보다 소득세를 적게 낸다. 저소득층은 다른 나라 극빈층만큼 세금을 부담한다. 최상위 0.1%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계층이 서구 선진국보다 적은 세금을 부담한다. 그 탓에 우리 정부는 사회문제에 충분히 개입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노인 빈곤은 정부의 노력으로 완화할 수 있는 문제이고 실제로 꽤 완화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 노인 빈곤은 주요국 중에서 가장 심각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너무 오랫동안 세금 혐오에 갇혀 있었다. 발전하기 이전에 생존하려면, 무분별한 세금 혐오부터 뛰어넘어야 한다. 작은 정부는 곧 무능한 정부다.
"정부 크기는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 딱히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질문에 답을 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정치 이념과 정부 크기를 결부시킨다. 공공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진보 진영의 학자나 정치인들에게는 큰 정부가 정답이고,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보수 진영 사람들은 정부는 시장의 실패를 보전하는 소극적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런 정치철학의 차이 자체는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 현실에서 이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유능하다면 큰 정부가, 무능하다면 작은 정부가 정답이라고 대충 말해도 무리가 없다."
- 전주성, '재정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