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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캐나다인 - 제45대 연방선거 결과

반-트럼프에 앞장선 자유당의 승리

by 이완

캐나다 총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자유당과 보수당으로 양극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가 캐나다인의 내셔널리즘을 자극한 탓이다. 그 중 승자는 전 영국은행 총재,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이다. 단독 과반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의석 수와 득표율을 많이 올렸다. 마크 카니 총리도 지역구에서 무난하게 당선되었다.


보수당은 의석을 훨씬 많이 얻었지만 정권 교체에는 실패했다. 피에르 폴리에브 당수가 자유당 후보에게 지역구를 잃는 굴욕도 겪었다. 보수당은 다소 늦게 반트럼프 여론을 의식하고 캐나다의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총선 전까지 종미 우파 이미지를 벗겨내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당세가 약해진 것은 아니라서 자유당에 이끌려다니지는 않을 듯하다.


두 정당이 트럼프를 중심으로 갈라질 때, 그 틈새에 빠져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소수 정당들이다. 특히 사회주의 정당인 신민주당은 자유당과 지지층을 공유하는 탓에 의석의 70%를 잃었다. 신민주당은 1960년대에 서스캐처원주에서 캐나다 최초의 의료보장제도를 실현할 정도로 힘 있는 정당이었지만, 자유당에 밀려서 줄곧 소수정당에 머무르고 있다.


자유당의 마크 카니 총리는 트럼프에게 맞서기 전에 민주적 정당성을 다시 확인했다. 비록 사회주의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본주의가 알아서 잘 작동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니다. 저서에서 공동체와 시민 의식이 자본주의를 건강하게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제 트럼프는 머리맡에 유능한 견제자를 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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