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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무너지면 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까

어쩌면 중년 여성이 아닐까

by 이완

지금까지 중년 여성의 소득을 지탱한 것은 홈플러스 같은 오프라인 소매업 매장이었다. 학력을 요구하지 않아서 누구나 시도할 수 있지만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소매업은 저학력, 경력 단절 여성에게 나름 괜찮은 일자리였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배송이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소매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비싼 물건을 다루는 백화점이 먼저 흔들렸고, 이제는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도 위태롭다.

대형마트에서 남성은 정육 파트 같은 육체노동 분야를 주로 맡는다. 따라서 대형마트가 무너지면 남성은 택배나 물류 등 다른 육체노동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중년 여성은 주로 캐셔나 판촉을 맡는다. 북유럽 여성은 벌목 같은 육체 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 중년 여성은 그런 일을 견딜 체력을 기를 기회도 없었고, 시도해 볼 기회도 흔치 않았다. 중년 여성 상당수는 근감소증, 근골격계 질환에 걸리지 않으면 다행인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붕괴는 그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 전반의 상황이다. 과거에는 홈플러스에서 나오면 이마트로 갈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캐셔나 안내원으로 일하던 중년 여성은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노동자의 가구소득도 위협할 것이다. 노동자 한 사람이 3인, 4인 가구를 부양하던 시대는 끝났다(우리나라에 그런 시대가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그래서 중년 여성이 대형마트에서 생활비를 벌충해 온 것이다. 다시 말해, 오프라인 소매업이 사라지면 노동자 가구의 보조 수입원도 사라지는 셈이다.

이대로 오프라인 소매업이 무너지면 중년 여성은 지금보다 더 가난해질지도 모른다. 동시에 빚이나 아픈 사람이 있는 가구는 큰 위기를 겪을지도 모른다.

물론 과도한 걱정일 수도 있다. 중년 여성의 고용률이 아직은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지 않다. 홈플러스를 넘어 오프라인 소매업 전반이 무너질지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중년 여성이 고학력 일자리로 옮겨가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남성과 똑같은 육체노동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은 비교적 확실하다. 그리고 오프라인 소매업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흐릿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집안일과 바깥일을 모두 감당하는, 성실한 어머니들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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