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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는 평생 자영업자로 일해야 할까

호텔 경제학에서 정말 따져야 할 부분

by 이완

호텔 경제학 자체는 그렇게 비난할 거리가 아니다.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너무 단순하게 표현한 그림일 뿐이니까. 문제의 핵심은 그림이 아니라, 모두에게 지역화폐(상품권)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정책이다.


지역화폐 기본소득은 암에 걸린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게 타이레놀을 지급하는 정책에 가깝다.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하기에, 지역화폐 기본소득에는 걸리는 점이 많다. 정부가 푸는 돈이 고스란히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고, 경제를 개선하는 효과도 크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역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물론 타이레놀 같은 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경제 전반을 고치는 수술 작업은 너무 오래 걸리는데, 그 사이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정말로 죽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자영업자가 자영업자로 계속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전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너무 많은 곳이다. 인구는 일본의 절반 이하지만, 자영업자 수는 일본과 비슷하다.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데는 대기업의 횡포 뿐만 아니라 경쟁 과열 탓도 있는 셈이다. 이런 자영업 시장을 계속 놔둬야 할까. 차라리 폐업과 재취업을 돕는 편이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에 이익을 주지 않을까.


게다가 정부 재정에는 '어떤 식으로든'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만약 자영업자에게 타이레놀을 지급하느라 경제 전체를 수술할 비용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면, 결국 자영업와 그 가족에게도 불행일 것이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근거로 제시하겠지만, 생존권은 현재 직업으로 평생 먹고살 권리가 아니다. 그런 권리는 어느 나라도 보장해 줄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생존권은 일자리를 잃을 경우 새 일자리를 얻을 권리다. 어떤 식으로든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일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유의미한 생존권이다. 그런 점에서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을 늦추는 정책은 생존권과 무관하다.


지역화폐 기본소득이 실현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저소득층과 영세 소상공인, 지역화폐를 관리하는 기업이 이득을 본다. 이 부분은 어느정도 확실하다. 장기적으로는 불확실하다. 경제전반이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에 진입할 수도 있지만, 경제성장과 불평등, 물가 중 어느 것도 개선되지 않거나 더 나빠질 수 있다.


다만 고용 창출과 기술 혁신을 위한 공적 투자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과연 지역화폐 기본소득이 한정된 재정을 쓰는 최선의 방법인지 의문이다. 노동자가 있어야 자영업자도 의미 있을 테니, 새 노동자를 키우는 일이 결국 더 많은 사람에게 이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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