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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치가 흔들리다

백년 전통의 양당 체제마저 버티지 못한다

by 이완

영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만약 지금 정당 지지율 대로 의석을 나눈다면,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개혁 영국'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의 예측에 따르면 그렇다. 현 집권당인 노동당은 의석을 절반 이상 잃고, 보수당은 스코틀랜드 국민당 수준의 군소정당으로 전락한다. 이 분위기가 이어지면, 1922년부터 이어진 노동당과 보수당의 백 년 양당 체제가 무너질지도 모른다.


여론조사가 호들갑을 떠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2024년 총선에서, 개혁 영국은 득표율 14.3%를 달성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보수당의 득표율은 23.7%였으니, 이미 코 앞까지 따라잡은 셈이다. 올해 열린 잉글랜드 지방선거에서도, 개혁 영국은 지방의회 의석 648석을 차지해서 최대 승리자가 되었다. 반면 보수당은 635석이나 잃었다. 이미 개혁 영국은 보수당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


대체 개혁 영국은 무엇을 요구하는 정당일까. 당 강령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임금을 올리고, 공공 서비스를 지키고, 주택 위기를 끝내는 동시에 범죄를 줄이기 위해, 필수적이지 않은 이민은 모두 동결됩니다."

"영국에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는 구금되고 추방됩니다."

"유럽 인권 협약을 탈퇴합니다."

"필수 기술을 가진 유학생만 영국에 남을 수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내는 보험료율이 20%로 인상됩니다. 이는 기업이 보험료율 13.8%로 유지되는 영국인을 고용하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이 외에도 소득세 감세와 전기료 인하 등을 공약하고 있지만, 당의 핵심 정체성은 반EU, 반이민이다. 우리나라 개혁신당과 이름과 방향성이 닮았지만, 보다 급진적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이민자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매우 강한데, 노동당도 엄격한 국경 통제를 내세우며 집권했을 정도다. 하지만 주로 보수적인 영국인이 그정도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화끈한 개혁 영국으로 몰려가는 듯하다.


답답한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도 한 몫하고 있는 것 같다. 영국인은 긴 경기침체와 공공 서비스 위기 탓에 궁지로 내몰리고 있었다. 밥을 굶는 빈곤층까지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보수당은 브렉시트를 두고 분열하다가 영국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간만에 단독 집권에 성공한 노동당은 충분한 개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곧 거대한 산업 정책을 가동할 계획이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이런저런 여건 탓에, 당분간 어느 정당도 개혁 영국의 전진을 막을 수 없어 보인다. 영국 정치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개혁 영국은 트럼프와 가까운 편이고, 영국은 세계 질서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편이니, 개혁 영국이 집권하면 그 여파는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듯하다.


극우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를 뒤흔드는 반동의 폭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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