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이유
덴마크 인구의 10%는 외국인이다. 이웃 스웨덴보다 천천히 늘어났지만 그래도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많은 수치다. 하지만 덴마크는 인종, 문화, 종교로 인한 갈등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극우 정당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좌우 할 것 없이 이민 속도 조절과 강력한 동화주의를 기본 기조로 채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스웨덴과 독일도 동화주의로 돌아서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 수는 총인구 5% 정도다. 일본의 두 배지만, 유럽에 비하면 한참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이미 외국인 혐오와 이슬람 공포가 만연하다. 심리학자 헤이르트 호프스테더처럼 이야기하면, 불확실성을 매우 회피하는 문화라서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은 가장 안전한 나라에서 살지만 마피아라도 설치고 다닌다는 듯이 범죄를 두려워한다.
만약 덴마크처럼 동화주의를 채택한다면, 지금보다는 많은 이민자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동 구역을 제한하는 식으로 관리를 강화하면, 난민도 조금 더 수용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유럽만큼 외국인 비율을 늘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양성은 불확실성이고, 우리나라 사람은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사람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속한 무리의 특성을 파악하고 외부인을 구분한다. 그런 부족주의적인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다양성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종교가 매우 다양한 레바논, 민족이 매우 다양한 아프가니스탄, 인종이 매우 다양한 미국은 매우 혼란스럽다. 그 감당 가능한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태도나 사회적 신뢰 같은 문화인 것으로 보인다.
이 사실을 외면하고 다양성 자체를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파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