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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빈의 귀환

화려할까 초라할까

by 이완

제레미 코빈이 창당한다. '당신의 당 Your Party'이라는 이름으로 홈페이지를 열어서 예비 당원을 받고 있지만, 진짜 당명과 강령은 아직이다. 개혁 영국이 우파의 주도권을 두고 보수당과 다투는 것처럼, 코빈 신당도 좌파의 주도권을 두고 노동당과 다툴 듯하다. 첫번째 전장은 2026년 5월 지방선거다.


코빈 의원은 무소속이다. 2020년에 노동당은 반유대주의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코빈 의원의 당원 자격을 정지했다. 2024년 총선에서도 코빈 의원의 자격을 돌려주지 않았다. 출마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빈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노동당 후보에 맞섰고, 결국 노동당은 절차에 따라 코빈 의원을 제명했다.


그럼에도 코빈 의원은 노동당 후보를 꺾고 당선되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무소속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10대 때부터 몸담았지만 자신을 내친 정당을 밖에서 무너뜨리려 한다. 일부 여론조사는 코빈 신당이 노동당과 비등한 지지율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지층 상당수가 유동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코빈 의원의 이념은 완고한 평등주의와 평화주의, 반제국주의다. 2017년 총선에서 노동당을 이끌 때, 코빈 의원은 철도와 수도 등 기간시설 국유화, 부자 증세, 핵무기와 국방비 감축, 나토 탈퇴 등을 공약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압제와 미국, 영국의 이라크 공격에도 매우 비판적이었다.


지금도 크게 바뀐 것은 없어 보인다. 코빈 의원은 "부자와 강자에 맞서기 위해" 창당한다고 선언했다. 그에 걸맞게 강력한 재분배와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예고했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이민자와 난민이 아니라 대기업과 억만장자라는 이야기다. 이런 완고함이 지금 주도권을 쥐고 있는 노동당 우파와의 큰 차이점이다.


코빈의 선명함은 전통 좌파와 청년층에게 매력적이었다. 2017년 총선에서 코빈의 노동당은 무려 1,280만 표를 받았다. 비록 보수당의 테레사 메이에게 패배했지만, 역대급 득표수와 득표율을 보여줬다. 의석도 서른 석이나 늘렸다.


이런 성과를 보며, 영국 안팎의 좌파는 코빈 노선이 옳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코빈 열풍에는 이면이 있다. 2017년 총선에서 역대급 득표율을 올리고도 패배한 이유가 무엇일까. 소선거구제만 탓할 수는 없다. 보수당이 더 많은 표를 받았으니까. 이후 2019년 총선에서는 노동당의 득표율과 의석이 모두 줄었다.


다시 말해, 코빈의 선명함은 좌파를 결집시켰지만 동시에 우파도 결집시킨 것이 아닐까. 선거에서는 우리편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영국은 근대 보수주의의 본고장 같은 곳이다. 좌파가 이념적으로 강하게 나오면, 보수층도 그만큼 저항감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지금도 코빈 신당을 지지하는 집단은 그리 크지 않다. 여론조사 기관 YouGov에 따르면, 코빈 신당은 런던의 중산층과 청년층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노령층은 코빈 신당을 격하게 반대하고 있고, 노동자층도 확실한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물론 2026년 지방선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이런 확장력의 한계는 줄곧 코빈 의원의 약점으로 통했다. 게다가 지금은 경쟁자도 만만치 않다. 개혁 영국이 선명함으로 우파와 노동자층을 끌어들이고 있고, 자유민주당이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다. 코빈 신당이 노동당을 대체할 가능성도 불확실하지만, 권력을 잡을 가능성은 더 불확실해 보인다.


영국 정치가 한 번 더 요동친다.


523361709_1921980528658032_5577559407708508991_n.jpg Who is open to voting for a new Corbyn-led party? | You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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