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의 실패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윤석열이었다. 친위 쿠데타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재정 건전성과 경제 성장을 약속하면서 정부 지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 줄였다. 특히 부유층과 기업의 세금 부담을 적극 낮췄다.
1960년대 프랑스 고용주는 사회보험 수입에서 55 ~ 60%를 차지했다. 하지만 꾸준한 감세 덕에, 2019년에는 고용주의 비중이 30%까지 낮아졌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일반사회기여금(소득에 부과되는 사회보장세)과 정부 재정이었다.1)
전임 올랑드 대통령이 투자소득에 최고 소득세율 45%, 사회보장분담금 15.5%를 부과하며 누진세를 도입했지만, 2018년에 마크롱 대통령이 투자소득에 소득세 12.8%, 사회보장분담금 17.2%를 걷는 비례세를 다시 도입했다.
이외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부유세 과세 대상을 부동산으로 한정하고, 법인세도 33%에서 25%로 점진적으로 낮췄다. 이 모든 것은 국내외의 투자를 이끌어내서 프랑스 경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프랑스 경제는 눈에 띄게 나아졌을까. 그럴리가.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인 2018년, 프랑스는 GDP의 21.9%를 총고정자본에 투자했고, 2024년에는 22.3%를 투자했다. 이는 세금이 훨씬 높은 덴마크와 거의 다르지 않은 수치다.2)
경제성장률도 개선되지 않았다. 2018년 프랑스 경제는 1.6% 성장했고, 2024년에는 1.2%만 성장했다. 반면 덴마크는 2018년에 1.9%, 2024년에 3.7% 성장했다.3)
소비도 감소했다. 유럽연합 27개국에서 한 사람이 평균 100원을 소비한다고 했을 때(Actual Individual Consumption 실제 개인 소비 지수), 1995년 프랑스인은 120원을 소비했다. 이 지수는 점점 낮아져서, 2017년에는 110원을, 2024년에는 106원을 소비했다.
AIC 지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 2024년 프랑스인의 생활수준은 코로나 펜데믹 시절보다 하락했다. 반면 2024년 영국인은 평균 109원을, 독일인은 118원을, 네덜란드인은 120원을 소비했다.4) 기존 경제 대국 사이에서, 프랑스는 뒤쳐지고 있다.
결과를 놓고 보면, 마크롱 대통령은 특별한 성과도 없이 부자들에게 용돈만 챙겨준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물론 코로나 19 펜데믹과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도 감안해야겠지만, 그 위기를 프랑스만 겪은 것도 아니고, 위기 전에는 괜찮았던 것도 아니다.
감세가 반드시 투자를 이끌어내고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이야기는 폐기된지 오래다. 하지만 유령처럼 세상을 떠돌며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 괴담의 피해자일까 주동자일까.
물론, 프랑스 복지제도는 문제 투성이다. 프랑스는 연금에 많은 돈을 쓴다. 2021년에는 GDP의 12.5%를, 일반정부 지출의 21.1%를 연금제도에 썼다. 이는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시기, 효율적인 복지제도로 알려진 덴마크는 GDP의 9.3%를, 일반정부 지출의 18.3%를 연금제도에 지출했다.
프랑스 복지제도는 정규직 노동자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1980년대 이전 프랑스 복지제도는 재분배 기능이 비교적 강했지만, 이후 잘못된 개혁을 거치면서 점점 중상위 소득층에게 유리한 구조로 변질되었다.
캐나다의 프랑스 현대사학자, 티모시 스미스에 따르면, “프랑스의 많은 경제적, 사회적 문제는 다른 사람들, 즉 청년, 여성, 이민자, 실업자를 희생시키면서 소득 계층의 상위 절반을 보호하는 데 고착된 사회, 재정, 조세, 경제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다.5)
“프랑스의 정규직 일자리는 자의적 해고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노동법에 의해 잘 보호된다. 이는 수년간의 경험을 가진 노동자가 눈 깜짝할 사이에 해고될 수 있었던 과거의 나쁜 시절에 비해 근본적인 진보임이 틀림없다. 만약 당신이 고학력이고, 높은 보수를 받으며, 40세 이상이고, 자녀가 있는 기혼자라면 프랑스는 살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아마도 세계 최고의 장소일 것이다.”
- Timothy B. Smith 6)
20세기 초 프랑스는 영국과 독일보다 작은 정부를 운영했지만, 그 탓에 산업 경쟁에서 뒤쳐졌고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를 겪어야 했다. 그래서 전후 프랑스는 지도주의(Dirigisme)를 채택해서 동아시아 발전국가 못지 않은 경제 통제를 감행했다.
지도주의 시대 프랑스는 6, 7%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보여줬고, 뛰어난 의료복지도 실현했다. 하지만 영광은 영원하지 않았다. 이제 프랑스는 극우와 극좌가 동시에 정부를 흔드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지금 위기의 중심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있다. 프랑스의 재정위기는 마크롱이 자초한 것이다. 마크롱은 국제질서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고, 감세가 투자를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믿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전제로 경제 정책을 구상한 것 같다. 하지만 남은 것은 개혁이 완수되지 않은, 비효율적인 복지체계와 GDP의 110%에 달하는 재정 적자다.
참고자료
1. Benjamin Bürbaumer & Nicolas Pinsard (2025) The corporate welfare turn of state capitalism in France: Reassessing state intervention in the French economy, 1945 2022, Economy and Society, 54:2, 283-309, DOI: 10.1080/03085147.2025.2506268
2. Gross fixed capital formation (% of GDP), World Bank
3. GDP growth (annual %) - France, Denmark, World Bank
4. [prc_ppp_ind] Purchasing power parities (PPPs), price level indices and real expenditures for ESA 2010 aggregates
5. Timothy B. Smith, France in Crisis: Welfare, Inequality, and Globalization since 1980,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4
6. Timothy B. Smith, France in Crisis: Welfare, Inequality, and Globalization since 1980,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