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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Feb 11. 2023

문체를 개혁 중입니다.

기본기로 돌아가기.

문체를 개혁하고 있었습니다. 글에 흥미를 더하기 위해 사회적인 이슈나 구체적인 비유를 활용하는 법을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글을 무미건조하게 썼습니다. 꾸미지 않고 간결하게 쓴 글이 언제나 최선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다루는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제가 봐도 제 글이 너무 지루했습니다. 주변에서도 글의 밀도가 너무 높으니 풀어주는 편이 좋겠다는 조언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글로 먹고 살고 싶은 만큼, 남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주객이 바뀌었습니다. 글에 흥미를 더하는 데에만 신경쓰다가 논리가 약해지거나 글 흐름이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글에 흥미를 더하는 데에도 실패했습니다. 글이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어중간한 표현력으로는 눈에 띄기는 커녕 오히려 꼴사나워 보일 뿐이었습니다. 딸기잼을 덕지덕지 바른 탓에, 식빵 본연의 맛을 잃었습니다.


애초에, 글에 흥미를 더한다는 발상부터 잘못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여러 심리학자들은 동기부여가 거짓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당장 목 마르게 할 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는 생각에도 오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독자가 글을 흥미롭게 읽도록 만드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의욕을 북돋아줄 수 있을까? 방법은 없다. 그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으샤으샤 파이팅”을 수백만 번 외칠 수는 있지만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동기를 부여할 수는 없다. 그 누구의 배를 고프게 하거나 목이 마르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헤닝 벡, '틀려도 좋다' 중에서


현대에는 '개혁 Reform'이 더 나은 상태로 개선하는 일을 의미하지만, 원래는 흩어진 부대를 다시 결집시키는 것처럼 원래 모습을 되찾는 일을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종교 개혁도 천주교를 더 나은 종교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본연의 모습으로, 즉 복음으로 돌아가는 운동을 의미했습니다. '다시'를 뜻하는 접두사 're'가 있다는 점이 힌트였습니다.


"종교개혁Reformation이란 단어는 글자 그대로 뜯어보면 형태를 되돌림Rückformung, 즉 원형으로의 복원을 의미한다. 단어의 의미가 시사하듯 루터는 날카로운 눈으로 미래를 내다본 것이 아니라, 현재보다 더 나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본래의 상태로 회귀하려 했다."

- 디트마르 피이퍼, '1517 종교개혁' 중에서


저도 개혁의 원래 의미를 되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루한 주제를 억지로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기 보다,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쓴다는 원래 목표로 되돌아가야 겠습니다. 물론, 독자가 읽다가 지치지 않도록 돕는 장치를 처음과 중간에 추가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시나 감각적인 표현이 도움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일 뿐입니다. 이제는 기본을 되찾는 개혁이 필요한 때입니다. 문제 개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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